"풍족치 않아도 나눔은 누구나 할 수 있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7.08.21 13:47

[피플]'나눔의 행복' 조창근 LS전선 구미공장 전력품질보증팀 사원

조창근 LS전선 구미공장 전력품질보증팀 사원 /사진제공=LS전선

최근 구미의 한 중식당에서 조창근 씨(48·LS전선 구미공장 전력품질보증팀)는 두 '아이'들과 자장면을 먹었다. 조 씨의 눈에는 이들은 아직도 어린아이지만, 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올해 '대학생'이 됐다.

조 씨는 이 아이들을 10년 전 아동 복지기관 '애향원'에서 처음 만났다. 이곳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없다.

당시 LS전선 구미공장 봉사팀 '참사랑회'는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집수리, 장작때기 등 노력봉사 활동을 했다. 십여 명의 봉사팀 멤버들은 매달 애향원을 찾아 아이들의 생일파티도 열어줬다.

조 씨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이곳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방문할 때마다 아이들은 너무나도 반가워했다. 회사 봉사활동과는 별개로 그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조 씨는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맘이 와 닿았고, 개인적으로 보고 싶을 때마다 찾아가게 됐다"며 "제가 형편이 넉넉지는 않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 다섯 명의 후원자가 됐다. 현재 이들 중 둘은 성인이 돼 애향원을 퇴소했고, 세 명은 아직도 그의 후원을 받고 있다.

시간이 날 때면 아이들을 찾아갔다. 지난 10년간 개인적으로 애향원을 방문한 횟수는 60회가 넘는다. 함께 탁구를 쳤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었다. 용돈을 털어 라면을 사갔다. 재료를 준비해 아이들과 김밥을 함께 만들었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었지만 아이들은 좋아했다.

휴가 기간 중 남자아이들과는 1박2일 또는 2박3일 여정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여행 중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떡볶이를 사 먹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에게 '소소한 추억'을 주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도 있었다. 올해 24세, 21세가 된 조 씨의 두 딸과 아내는 가장의 이 같은 행동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가족들에게 많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고,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느꼈던 것.

가족의 섭섭함을 이해하기에 조 씨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가족들과 함께 애향원을 방문하고, 휴가의 반은 애향원 아이들과, 나머지 반은 가족들과 함께 했다. 조 씨는 "고등학생이던 딸들이 봉사활동을 위해 애향원을 갔다 오더니 아빠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조 씨는 애향원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삶은 풍족하진 않아도 나눌 수 있는 것'이라는 마음을 갖게 됐다. 나눔이라는 것이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 씨는 나눔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일부를 조금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나눔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누구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것을 위해 한 발자국 떼는 것이 어려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이 아이들로부터 큰 기쁨을 얻는다. 꼬마였던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어엿한 청년이 된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 그지없다. 그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때마다 보내주는 사진과 카드를 보면 정말 감동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아이들 곁에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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