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사태 1년…국적선사 선복량 62% 감소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7.08.20 14:36

한진해운 미주노선 60~70% 해외선사 가져가…유럽 노선 없어지는 등 화주 불편, 해운업 규모 감소

오는 31일이면 과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이 된다. 연매출 8조원, 국내 1위 및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불황을 이겨내지 못해 지난 2월 파산했다.

지난해 8월 30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신규 자금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 31일 법정관리 신청, 그 다음 날인 9월 1일 법정관리 개시로 이어졌다. 해운동맹 퇴출, 화주 이탈, 선박 압류가 뒤따라 파산이 예고됐다. 회사는 밀린 빚을 갚기 위해 미주노선 영업권 양도, 해외 법인 청산, 해외 터미널 매각 등 조치를 취했고 지난 2월 파산했다.

1년이 지난 지금 한진해운의 주력 영업망이었던 미주노선 화주 수요는 대부분 머스크, MSC 등 해외 선사 몫으로 돌아갔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미주노선 수요를 해외 선사가 60~70%, 현대상선과 SM상선이 20~30%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는 한진 파산이 '대형화'라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해외 선사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몸집 불리기와 대형화를 가속화했다. 규모가 크고 정기노선이 많을수록 제조업체, 유통업체 등 화주를 상대로 한 운임 협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 A.P. 몰러-머스크 그룹은 독일 함부르크 수드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중국 국영선사인 코스코(COSCO)는 지난달 홍콩 OOCL을 63억달러에 인수했다. 일본 3대 선사인 NYK와 K라인, MOL은 컨테이너 부문을 통합해 7월 1일 신설 법인을 출범시켰다.

◇국적선사 선복량 작년比 62% 감소=해운산업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금융위원회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직후 현대상선을 통해 선박·네트워크·인력 등 우량자산을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계획대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20일 프랑스 해운분석업체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7%에 불과하다. 점유율이 지난해 12월(2.2%) 보다 오히려 줄었다. 국내시장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부산항에서 국적 해운사의 물동량 점유율은 1년 전 38.1%에서 34.2%로 줄었다. 반면 외국 선사 점유율은 61.9%에서 65.8%로 늘어났다.


국내 선사 선복량은 지난해 8월 105만TEU(한진해운, 현대상선)에서 올해 8월 39만TEU(현대상선, SM상선)로 62% 줄었다.

한진수호, 한진아메리카, 한진유럽, 한진그린어스, 한진골드, 한진아프리카, 한진블루오션, 한진하모니, 한진아시아 등 한진해운이 가지고 있던 선박 중 가장 큰 1만3000TEU급 선박 9척 모두 머스크(6척)와 MSC(3척)가 나눠 가져갔다.

◇미래 순이익·규모 줄어든 해운업계 "뒤늦은 반성"=수출을 주로 하는 나라에서 혈류 역할을 하는 해운 산업의 규모를 줄인 것은 유무형의 손실을 가져왔다. 우선 산업 규모가 크게 줄어 들었다. 한진해운이 쓰러질 당시 순이익을 내는 회사가 아니었더라도 향후 호황기가 찾아올 때 순이익 발생 가능성이 없어진 것이다. 한진 사태 이후 배 100여척이 없어져 우리나라 선원 지망자들이 취업할 자리도 줄어들었다.

그런 면에서 해운업계 역시 반성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해운업의 가치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해 금융당국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반성 등이 담긴 백서의 초본을 올 연말 출간할 예정이다.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는 "다시는 한진 사태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각성이 담긴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주 "유럽 가는 국적선사 없다"=업계 관계자는 "물류대란까지 빚어졌는데 화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과거보다 화주에 대한 서비스의 질도 낮아졌다.

가령 과거 구주(유럽) 노선은 현대상선이 서비스했으나, 이제 없어져 2M(머스크, MSC) 노선을 써야한다. 해외 선사의 노선을 쓰면 화주가 원하는 시간대의 선복(슬롯) 배분이나 운임 결정력에서 국적선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와 차이가 있다. 언어가 서로 달라 문서 작업이 늘어난 것도 있다.

한 수출 기업 관계자는 "해외 선사는 화물을 싣고 나르기만 할 뿐 화주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해외 주요 선사들은 정식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있고, 코스코 등 중국 선사들은 정부 지원으로 전 세계의 항구를 장악하고 있다"며 "화주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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