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 때 반환받은 덕종어보, 알고보니 '재제작'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7.08.18 09:59

문화재청 "반환 후 1924년 재제작 어보라는 사실 알아"

2015년 4월 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덕종어보 반환식'에서 공개된 덕종어보. /사진=뉴스1
2년 전 미국에서 기증받은 덕종어보가 일제강점기에 재제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다만 재제작품으로 위안제와 종묘 봉안 등이 이뤄진 만큼 모조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항변도 나온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8일 "지난해 6월쯤 덕종어보를 사진과 문헌 등 사료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재제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도록이나 전시 설명에는 이와 같은 사실을 수정해 명시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 스님은 “1924년 4월 12일 덕종과 예종의 어보 도난사건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이미 언론에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덕종어보 진품이 반환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2015년 미국 시애틀미술관에서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인 '덕종어보'를 기증받았다. 미국의 문화재 애호가 고(故) 토마스 스팀슨이 1962년 뉴욕에서 어보를 구매해 이듬해 미술관에 기증한 것이다.

당시 문화재청은 반환받은 덕종어보가 1471년 제작된 것이며 국립문화재연구소를 통해 '진품'임을 확인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뒤늦게 어보가 1924년 재제작된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1924년 4월 12일 종묘에서 덕종과 예종의 어보 도난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완용의 차남인 이항구가 예식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조선 왕실 관련 사무기관 '이왕직'의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덕종어보를 재제작했다. 이씨 부자는 모두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된 대표적 친일파다. 지금까지도 도난품의 행방은 묘연하다.

문화재청 측에서는 당시 순종의 지시로 덕종어보가 재제작된 후 종묘에서 위안제를 보내고 봉안까지 마쳤기 때문에 '가짜'로 보기는 어렵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순종이 (어보가) 분실된 후 시름에 잠겼다는 내용은 당시 신문기사에도 나와있다"고 말했다.

한편 덕종어보는 1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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