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종의 전쟁’ 웨타 디지털 스튜디오 앤더스 랭글랜즈, 임창의 감독

이지혜 ize 기자 | 2017.08.18 09:03
‘혹성탈출’의 프리퀄 트릴로지가 ‘혹성탈출: 종의 전쟁’으로 마무리됐다. 앞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인간과 유인원의 갈등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성찰하게 만들고, 동시에 유인원을 통해 영화의 시각 효과가 얼마나 발전하는지 보여준다. 디지털 시각 효과로 만들어진 유인원의 캐릭터는 인간이 그들에게 공감하도록 할 만큼 정교하다. 이 유인원들을 비롯해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각 효과를 담당한 웨타 디지털 스튜디오(이하 웨타)의 앤더스 랭글랜즈(Anders Langlands) 시각 효과 감독(Visual Effects Supervisor)과 임창의(KAN IM) 조명 기술 감독(Lighting Lead)을 만나 인간이 유인원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에 대해 들었다.

‘혹성탈출’ 프리퀄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참여한 기분은 어떤가. 앤더스 랭글랜즈 감독은 웨타에서 첫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앤더스 랭글랜즈: 판타스틱하다. (웃음) 이 프로젝트를 참여하기 전에 전편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팬으로 굉장히 즐기면서 봤다. 이렇게 완벽하게 멋지고 사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했다. 그런데 내가 웨타에 오면서 ‘혹성탈출’ 프리퀄 마지막 시리즈에 참여한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웨타는 나의 꿈의 직장이었고, 이곳에 오면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어서 기쁘다.

임창의 감독도 다른 인터뷰에서 웨타를 “꿈의 직장”이라고 말했다.
임창의: 꿈의 직장이라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작업환경과 사람들이 좋은 측면, 그리고 두 번째는 회사가 일구어내는 큰 업적이라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웨타는 훌륭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내고, 욕심 있고 열정 있는 사람들은 그 영화에 자신의 이름을 넣고 싶어 한다.
앤더스 랭글랜즈: 나는 사람들 때문이다. 똑똑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웨타에 모여 있다. 그리고 조 테라피 시각 효과 슈퍼바이저가 우리를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웨타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관련된 과학이건 툴이건, 기술이건 사람이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웨타의 일원으로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시저가 자신의 복수를 그리는 로드무비적인 성격이 추가되면서 모션캡처를 야외촬영 환경에서 진행해야 했다. 후반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어떤 차이가 있었나.
앤더스 랭글랜즈: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2편에서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된 측면이 있다. 다만 3편을 찍으면서 그 프로세스가 정착되어 더 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가장 힘들었던 곳은 라이팅 파트가 아닐까 싶다.
임창의: 밖에서 촬영하는 촬영팀이 이번에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을 것 같다. 배우들이 캐나다에서 폭설을 맞으며 연기를 했고, 수백 명의 스텝들이 그곳까지 이동해서 눈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촬영을 했다. 그래서 라이팅 쪽에서는 더 엄청난 고생을 했다. 일단 야외에서 모션캡처를 하게 되면서 외부 환경에 간섭을 많이 받아서 데이터가 정확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촬영 시간마다 빛의 조건이 바뀐다. 바로 전 장면은 아침에 찍었는데, 촬영이 조금만 지연돼도 해가 중천에 떠서 장면 하나하나 빛의 조건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피리컬 라이팅 시스템을 만들었다. 실제로 밖에서 촬영을 하듯 똑같이 3D 안에 카메라의 조리개, 화이트 밸런스, 셔터스피드 같은 옵션을 집어넣어 촬영할 때와 흡사한 이미지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장면 하나하나에 손이 엄청나게 갔겠다.
임창의: 정말 손이 많이 갔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갔다는 것을 떠나서 굉장한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모든 자연 조건의 변화를 찍어왔기 때문에 환경변화가 생겼을 때 라이팅에 대한 방대한 레퍼런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갔지만, 우리가 얻은 게 몇백 배 된다.

영화에서 시저의 고민이 많이 엿보이고, 그래서 클로즈업도 굉장히 많다.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은 어땠나.
앤더스 랭글랜즈: 시저의 얼굴 클로즈업을 들어갈 때, 시저의 아주 미세한 얼굴 근육의 떨림까지 모두 표현하려고 했다. 클로즈업 장면 모두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표정을 애니메이터들이 하나하나, 그의 입술 떨림, 볼의 경직도와 떨림 모두 똑같이 구현했다.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모션캡처가 자동화되어 데이터를 캡처했다고 해서 그게 모두 데이터로 전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손으로 앤디 서키스의 풍부한 표정을 똑같이 매치가 되도록 하나하나 다시 작업했다.

시저의 눈동자에 비친 불빛이나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있다. 눈동자의 라이팅이 특히 중요했을 것 같다.
임창의: 라이팅도 배우의 연기에 맞춰서 진행한다. 눈동자의 표현 같은 경우는 원래 눈에 대한 기술이 있지만, 눈에 대한 쉐이더(shader)를 새로 만들었다. 쉐이더란 빛이 캐릭터에 닿았을 때 반응하는 질감을 말한다. 예전에 작품에서 눈의 표현이 잘못됐다는 피드백이 있어서, 새로 만든 부분이다. 눈동자에는 수정체가 있고, 그게 렌즈 역할을 하며 눈동자에 빛이 옆으로 들어왔을 때 빛이 굴절되면서 퍼지게 된다. 이 작업이 예전에는 간략했었는데, 사람의 감정을 이끌어내려면 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정체의 빛 굴절도를 추가했다. 이 작업을 통해 드러나는 차이가 뭐냐면, 눈이 있고 눈 위에 점막이 있다. 그 점막이 젖어 있는 상태에 따라 반사의 차이가 크다. 점막 위에 눈꺼풀이 있는데 그 끝에 점막의 수분이 얼마나 많이 맺히느냐에 따라 감정 표현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눈에 수분이 많을수록 점점 슬픈 표정, 감정적인 표정, 울기 직전의 표정이 만들어진다. 점막과 눈의 수분에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서 그 감정일 때 어느 정도 필요한 수치를 집어넣어 거기에 정확히 맞춰 작업했다.

눈물을 자연스럽게 흘리는 장면 같은 건 엄청난 노력을 들였겠다.

임창의: 이번에 시저나 모리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배우분들이 눈물을 흘리며 촬영했다. 그런데 유인원과 사람이 얼굴 골격이 다르니까 눈물이 떨어지는 형태도 다르다. 그 눈물을 흘리는 과정을 표현하는 게 생각보다 민감한 작업이었다. 맷 브리스 감독이 어느 정도 치밀하게 요구했냐 하면, 눈물이 흐르다 살짝 멈췄다가 다시 흐르고, 다시 멈췄다 흐르는 차이까지 요구했다. 그런 작업을 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맷 브리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어떤가.
앤더스 랭글랜즈: 그는 감독이기 전에 작가 출신이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게 스토리다. 무엇을 하건 스토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중점을 많이 둔다. 또한 뭐가 맞고 안 맞는지, 이상한 부분을 잘 짚어낸다. “왜인지 모르지만 이건 사실적이지 않다. 시저가 여기서는 좋아 보이는데, 여기서는 안 좋아 보이냐.”는 식으로 잘 짚어내서 해결책을 찾다 보면 최종적인 결과물이 좋아진다.
임창의: 어마어마어마하게 까다로운 분이다. 왜 그렇게 눈이 좋은지 모르겠다. (웃음) 우리가 한 장면을 완성할 때마다 모니터에 띄워놓고 수백 번을 보고 감독에게 보내는데도 “여기가 이상해. 여기 털이 삐져나온 모양이 갈고리처럼 생겼는데, 그게 맘에 안 들어.”라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까다로운 감독이기 때문에 이 정도 퀄리티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마치 시저가 애굽을 떠나 가나안으로 가는 모세처럼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홍해의 기적처럼 보이기도 했다.
앤더스 랭글랜즈: 정확하게 봤다. 이 영화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시저가 유인원으로서 고통받는 것과 내면적인 갈등이다. 그리고 가족의 복수에 대한 갈증과 인류에 대한 애정이 부딪치면서 이중적인 감정을 갖는다. 1편부터 보자면 시저의 탄생부터 그가 리더가 되고, 마지막에는 신화적인 영웅이 되는 과정을 의도했다. 그래서 모세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임창의: 사실 영화 마지막에 유인원들이 이주했던, 마치 낙원처럼 보였던 곳이 나오는 마지막 시퀀스 이름이 ‘약속의 땅(Promised Land, 성경에서 가나안으로 상징되는 곳)’이었다.

‘혹성탈출’은 시각 효과가 중요하지만 영화의 톤은 실사에 가깝다. 그런데 ‘약속의 땅’은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해서 톤을 잡기 어려웠을 것 같다.
임창의: 진행한 것 중 가장 오랜 시간이 든 장면이다. 작업하기가 굉장히 난해했다. 판타지적인 느낌과 실사 같은 느낌의 중간점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뭔가 굉장히 리얼한 것도 아니고, 판타지적인 것도 아니고. 우리가 혹시 이미지를 만드는 방향에 있어 뭔가 혼동한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한다.

‘혹성탈출’은 196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 부문 특별상’을 신설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리고 21세기에도 가장 발전한 특수효과를 보여주는 작품이 됐다. ‘혹성탈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앤더스 랭글랜즈: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만족을 느끼는 것은,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관객들이 보고 공감을 해서 감정적인 교감을 했을 때다. 1편, 2편, 3편을 거치며 시각 효과의 가능성과 기준을 계속 높여가고 있고, 계속 높여갈 거고. 이런 작업에 동참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임창의: 나 같은 경우 ‘혹성탈출’ 시리즈를 초등학교 때 ‘주말의 명화’에서 봤었다. 굉장히 재미있었고, 엄청나게 무서웠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 영화의 후속 작품에 내가 직접 참여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에게는 굉장히 뜻있는 작품이다.

최근에 AI 기술과 시각 효과 기술 등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정글북’처럼 인간의 연기 없이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혹성탈출’에서는 유인원이 세상을 지배한다. 시각 효과가 더욱 발전하고 AI가 발전하게 된다면 인간 배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임창의: 새로운 기술이 생기면 그 분야에 대한 영역이 넓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영화에서 새로운 기술이 그 분야의 모든 것을 대체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기존에 했던 것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줄 뿐이다. 한 예로 우리가 AI로 쓰고 있는 기술 중에는 배경에 엑스트라 20~30명을 모션캡처한 다음 디지털화해서 집어넣으면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들어주는 것이 있다. 그런 기법들을 통해 예전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배우가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
앤더스 랭글랜즈: 영화는 배우가 연극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할 때 그 사람이 표현하는 감정 같은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영화든 예술이든 이게 궁극적인 목표다. 기술은 연기자들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연기를 통해서 할 수 없었던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들을 교체하거나 대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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