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과거 북한 도발시 의례적인 수사였던 ‘제한적’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향후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금리, 가계부채, 정부 부동산 대책 등 굵직한 변수가 많은 상황이어서 한은 기준금리 셈법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13일 한은,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북한의 기습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사일 발사 실험과 이어진 미국과의 갈등 구도 여파로 주식‧채권 시장에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형성됐다.
특히 지난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란 표현으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뒤 북한이 ‘괌 포위사격’ 검토로 맞불을 놓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말 2450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던 코스피지수는 1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111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140원대로 상승했다. 최근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 것이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도 이 기간 각각 1.833%, 2.038%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채권금리는 높을수록 가격이 하락한다는 의미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대북 리스크가 과거처럼 ‘단발성 악재’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번 사태가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를 지연시키는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높여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한은 입장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논리다.
이 총재가 “북핵 리스크가 어떻게 진전될지, 금융‧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각별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도 결국 시장 안정화에 무게를 둔 것이란 해석이다. 또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조정은 효과가 적다’는 이 총재 지론도 이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이 총재의 대북 리스크 경계 발언으로 연내 이른 시점에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금리인상을 앞당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외국인 자금이탈이 계속된다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북핵 이슈는 예상보다 빨리 시장금리를 일정부분 상승시키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최근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는 북한 리스크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위험자산 회피심리보다는 최근 상승세로 고점을 인식한 뒤 시세차익을 노린 행보란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주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주식 가운데 80% 이상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특정 기업 쏠림현상이 나타났다.
한은은 신중한 입장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이전까지 북한 미사일 관련 이벤트가 학습효과로 거의 무시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에는 영향을 주고 있다”며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을 확률은 여전히 낮지만 이전보다 시장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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