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조끼 짠!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이용해보니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7.08.13 06:25

[보니!하니!]신청 절차 간편·늦은밤 귀갓길 '든든'…"홍보 부족 아쉬워"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스카우트 대원들./ 사진=이영민 기자

평소 야근이 잦은 직장인 A씨(22)는 늦은 밤 집에 갈 때마다 50m 달리기를 했다. 자취방 입구가 있는 좁은 골목길을 홀로 걸을 때면 불안해서다. 하지만 최근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알게 된 후 으슥한 골목길도 무섭지 않다. 노란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이 귀갓길 동행자다.

A씨는 "어두운 길을 걸을 때마다 누가 따라오거나 갑자기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걱정 돼 뛰어서 집에 들어갔다"며 "벌써 5년이나 된 서비스를 이제야 알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시행 5년 차를 맞이한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는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과 청소년을 집 앞까지 동행해주는 서비스이다. 전화나 애플리케이션으로 신청하면 된다. 신청하지 않았어도 길에서 안심대원을 마주치면 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

◇직접 이용해보니…신청 절차 간편·안전한 귀갓길 '든든'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0일 밤. 기자가 직접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서비스 신청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에 안심귀가 애플리케이션(앱)이나 다산콜센터(02120), 자치구 상황실로 전화 신청하면 된다.

기자는 자치구 상황실로 전화했다. 연락처는 다산콜센터나 구청 여성정책 담당 부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시간은 평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월요일은 자정까지), 신청은 밤 9시부터 서비스 종료 50분전까지 할 수 있다.

다산콜센터로부터 자치구인 서초구 상황실 연락처 안내를 받아 밤 11시53분 전화를 걸었다. 친절한 목소리의 상황실 직원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출발지, 출발 시간을 물었다. 12시15분 △역 ○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신청했다. 12시11분쯤 안전대원으로부터 곧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보니 노란조끼에 모자를 쓴 대원 2명이 경광봉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도 이용해보셨죠?" 두 대원은 기자를 알아봤다. 한 달 전 밤 10시쯤 귀가하는 기자를 집에 데려다줬던 대원들이었다. 당시에는 모르는 아주머니들이 말을 걸어 당황했으나 명함을 받고 이내 안심했던 기억이 났다. 명함을 받고서야 동네에서 안심귀가 서비스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안심대원들은 기자가 오늘 25번째이자 마지막 이용자라며 "홍보를 열심히 한 덕분에 사용자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안심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하루 20여명 이용자의 귀갓길에 동행한다.

◇스카우트 대원 "자식 걱정하는 부모 마음에 사명감 느껴"

50대 중반 여성인 안심대원 김씨는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가니 난처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럴 땐 명함을 주며 차분하게 서비스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에는 하루에 명함을 50장 넘게 주면서 홍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낯설어 하던 시민들도 서비스의 필요성을 설명 드리면 공감해주신다"며 "이제는 단골 고객도 많이 생겼고, 고생한다고 간식을 챙겨주시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안심대원들은 한 달에 약 70만원을 받는다. 시급제이며 주 14시간 근무, 교통비와 식비가 제공된다. 김씨는 "대원 대부분이 돈벌이 보다는 자원봉사자의 마음"이라며 "몇 개월 하다 보니 시민들의 귀갓길을 지켜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두 딸을 둔 가정주부다. 김씨는 "딸 가진 부모들은 다 비슷한 마음일 것"이라며 "연세 있으신 분들도 서비스를 아시면 '세상이 이렇게 좋아졌냐'며 딸보고 이용하라해야겠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역시 50대 중반 여성 안심대원 박씨는 안심귀가 서비스를 시행년도부터 이용한 시민이다. 박씨는 "지금은 대학교 2학년인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서비스를 많이 이용했다"며 "이 서비스 덕분에 저녁에 걱정이 안됐다.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나도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안심대원 대부분은 여성이다. 중년 여성 2~3명이 안전을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겠냐는 시선도 있다. 박씨는 "우리의 동선을 곧 바로 파출소와 구청 시청으로 보고한다"며 "겉보기엔 중년 여성 둘 셋이지만 뒤에서 지켜주는 눈은 더 많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지대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 많은 시민들이 부담없이 서비스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단골만 늘고' 여전히 낮은 인지도…홍보 부족 '아쉬워'
서울시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행년도인 △2013년 3만1587건 △2014년 10만2139건 △2015년 23만3290건 △2016년 24만1838건 △2016년 상반기 14만8550건 이다.

하지만 인지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5월 한 달 기준 서초구·강동구를 제외한 서울시에서 제공한 2만3592건 중 전화나 앱을 통해서 사전 신청한 경우는 6805건으로 약 28%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원들이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다.

강북구에 사는 대학생 B씨(22)는 "드라마에서 이런 서비스가 나오는 장면을 보긴 했는데 우리 동네에서도 시행하고 있는지 몰랐다"며 "우연히 안심대원들을 만나 명함을 받지 않았다면 아직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C씨(29)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른다"며 "직장인들이 자주 다니는 버스나 지하철 광고로 홍보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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