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BM(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북한 조선인민국 총참모부 대변인)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는 '말 폭탄'의 강도가 세지며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과거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따른 충격이 '학습효과'에 제한됐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5원 오른 1143.5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2일(1145.1원) 이후 한 달 만에 최고치다. 장중에는 1148.1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미 당국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시작된 양국 간의 대립 구도가 연일 격화되며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 8일 1125.1원에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사흘 만에 18.4원 뛰었다. 현재 글로벌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력이 유독 강력한 것이다.
실제로 과거 북한이 단행한 다섯 차례 핵실험 당시 1차 핵실험을 제외하면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는 크지 않았다.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당일 원/달러 환율이 1.6% 상승한 것과 달리 2, 4, 5차 핵실험 때는 원/달러 환율이 0.1%, 0.8%, 0.5% 각각 오르는데 그쳤다. 2013년 3차 핵실험 때에는 오히려 0.4% 하락하기도 했다.
이번 북핵 리스크가 지금까지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배경에는 '트럼프 리스크'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화염과 분노' 등 트럼프의 대북 강경발언이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핵무기는) 이제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경고했고 10일(현지시간)에는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며 연일 발언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소병화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트럼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이라며 "트럼프와 북한과의 관계가 전쟁 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고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증시에서 매도세를 이어가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번 주에만 1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자 수입업체 결제 물량(달러 매수) 등도 가세해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예정된 이달 말까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추가적인 군사 도발을 감행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150원선을 넘길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금융 당국도 시장의 달라진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까지만 해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북한 리스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며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1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북핵 리스크로 주가가 큰 폭 하락했고 환율이 상당 폭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며 "(북핵 리스크의 영향이) 일회성으로 끝날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비상한 각오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정부는 11일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추가도발, 관련국 대응 등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파급효과의 폭과 깊이가 보다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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