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8.25 1심 선고' 이후 삼성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부국장 겸 산업부장 | 2017.08.11 04:33
재벌, 그중에서도 삼성과 관련한 기사에 따라 붙는 댓글은 대부분 저주에 가깝다. 비난 또는 옹호 모두 극단을 달린다. 25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서는 유·무죄 여부와 형량까지 놓고 충돌하고 있다. 한쪽에선 120년 구형도 부족하다며 윽박을 지른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특검의 여론재판이라고 맞선다.

모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8·25 1심 선고’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유죄가 되면 여론 재판이요, 무죄가 되면 삼성 부역자로 몰릴 판이다. 그리고 다시 2심을 향해 극단을 치닫게 된다.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팩트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마디로 초극단의 애증이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삼성이 사실상 나라와 권력을 주무른다’는 의혹에서 비롯된 ‘삼성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삼성은 압축성장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자 자긍심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인식이 삼성을 다른 눈으로 보는 계기가 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 자체를 비꼬아 해석한다. 어찌 보면 삼성의 국가·국민적 책임감에 대한 칭송이자 의문일 수도 있다.

삼성에 대한 극단적 애증은 뒤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삼성공화국’ 운운하며 아니꼬운 눈으로 바라보고 심지어 청산의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자신 또는 자식이 삼성에 취직하길 바란다. 다른 이가 삼성에 취직하면 축하인사를 건네며 부러워한다. 한마디로 재계에서 가장 공격하기 쉬운 주적(主敵) 1호이자, 가장 가기 어렵고 가고 싶은 직장 1순위다.

삼성에 대한 이런 세간의 애증은 재판부가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법과 원칙을 잣대로 사법적 판단을 내리면 그만이다. 삼성에 대한 세상사람들의 유·무죄 주장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에 휘둘리지 말고 철저한 증거주의에 입각해 판결을 내리면 된다. 권력의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1심 선고, 아니 2심 이후까지 지난하게 이어질 수도 있는 판결 과정을 거치며 삼성은 어디로 갈 것인가. 현시점에서 가장 큰 궁금증이자 남아 있는 삼성 경영진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삼성 입장에선 무죄판결을 이끌어내는 게 최우선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배구조나 경영체제 정비는 일차원적·도식적 접근이다. 현재로선 삼성을 바라보는 극단의 애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밑바닥부터 고민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삼성은 이미 일개 ‘기업’의 이미지를 넘는 원치 않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거창하게 포장하면 부메랑이 된 삼성 이데올로기가 아닌 기업으로서의 ‘애증전선’을 새롭게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한두 달 만에, 아니 1~2년 또는 수년 내 이를 해소할 묘책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간의 노력·기여도를 무색하게 하는 정서적 거부감은 어디서 출발했는지, 왜 일각에서 우리의 ‘다름’을 ‘네거티브’하게 보기 시작했는지 서운해하지 말고 천천히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5년, 10년, 아니 50년, 100년 뒤에나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해도 처음부터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은 ‘다른 대기업과 다르지 않은 삼성이란 또하나의 기업’이란 인식을 향해야 한다. 다만 그 방법 중 하나가 기업으로서 처절하게 무너져내리는 것이라면 모두에게 너무나 불행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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