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인상 무용론 내지는 불가론을 재확인했습니다. 물론 연준 내부에서는 소수의견에 해당합니다. 실업률이 3.0%로 떨어져도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1.8%로 오르는데 그칠 것이라는 게 그 주장의 근거입니다.
현재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1.5%이고, 실업률은 4.3%입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1953년 이후로 3%까지 떨어져 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 2000년초의 닷컴거품 절정기에도 3.8%가 바닥이었습니다. 그런 엄청난 고용열기가 펼쳐지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지금보다 0.3%포인트밖에 오르지 않는다는 게 불라드 총재의 주장입니다.
완전히 상반된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골드만삭스와 불라드 총재 둘 가운데 누군가는 크게 틀린 것으로 판명되겠죠. 물론 연준은 그 중간쯤을 선택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불라드 총재의 '인플레이션 고정' 전망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들 지낸 바 있는 저명한 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 박사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입니다.
블랑샤르에 따르면, 이제 실업률 하락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실업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미국의 근원 인플레이션은 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다는 분석입니다. 고용환경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상관관계가 대폭 낮아져 가는 그 추세가 바로 위 그래프에 나타나 있습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사이의 상충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곡선이 좌상향하지 않고 납작하게 누워버린 사실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는 겁니다.
현대에 들어 인플레이션은 거의 전적으로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블랑샤르 박사의 연구 결과입니다.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어 있다면, 실업률이 대폭 하락하고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도록 방관하는 통화정책이 나쁠 것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인지, 미국 연준 안팎에서는 금리동결 주장과 전망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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