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프리즘]약정할인,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 2017.08.11 03:00
 선택약정할인율 조정안을 두고 정부와 이동통신업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선택약정할인이란 소비자가 이동전화를 개통할 때 단말기 지원금 대신 매달 통신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9월부터 약정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이 이통 3사 CEO(최고경영자)를 일일이 만나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통사들은 심각한 매출 타격이 우려된다며 끝내 할인율 인상에 반대했다. 그러자 오비이락인지 몰라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통3사를 상대로 일제히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명목은 요금담합과 이용자 고지의무 관련 실태조사지만 정부가 전방위적 이통사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기정통부도 이통사 반대와 상관없이 다음달 25% 요금할인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만 보면 약정할인율 인상은 반길 일이다.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올리면 6만6000원짜리 요금제 가입자의 경우 매달 월 3000원을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불만을 제기한다. 왜 할인율 인상이 고작 5%포인트에 불과하냐고.

 결국 정부의 할인율 조정정책은 이통사는 물론 다수의 국민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쁜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정책이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불만보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커야 ‘좋은 정책’이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정책의 시행목적이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책 집행 과정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함은 물론이다.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애초 취지만 보면 더없이 ‘좋은 정책’이었다. 중고폰 혹은 자급제폰을 쓰는 이용자들도 신규 휴대폰 구입자들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혜택을 준다는 게 당초 취지였다. 신규폰 보조금 평균치만큼 중고폰이나 자급폰 사용자들의 통신요금을 깎아준다면 지원금 혜택 때문에 2년마다 무조건 신제품으로 갈아타는 휴대폰 소비 풍토를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제도는 정부가 통신비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통제수단으로 전락했다. 2015년 4월 12%였던 할인율을 20%로 인상한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25%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말기 지원금 변동 여부와 상관없이 이동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할인율 조정이 민간사업자들의 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산정기준과 방식이 자의적이라는 데 있다. 구체적인 산정내역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공시 지원금을 받은 이용자들의 평균 할인율이 15% 내외로 현행 선택약정할인율(20%)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 정책을 강행하기 이전에 이해당사자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이면서 투명한 잣대가 우선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이전 정부에서도 한차례 할인율을 조정할 당시 정부 내부에서 “공시 지원금에 비례해 요금할인액을 설정하도록 돼 있는데 변수가 상수를 바꾸는 역주행이 벌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통신시장이 민영화한 지 벌써 16년이 흘렀다. 통신 재화의 공공재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민간 사업자들의 상품가격을 정부가 맘대로 좌지우지하는 건 지나친 월권이다.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건 시장경쟁의 틀을 바꾸는 것이지 ‘이현령비현령식’(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법적 근거로 추가할인을 강요하는 질 낮은(?) 정책이 아니다. 정부가 자의적 잣대로 민간기업들의 요금을 직접 통제하는 시장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상황에서 신규 이통사가 쉽게 시장에 참여토록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발상이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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