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부터 '보행 중 흡연 금지' 정책을 검토 중인 가운데 길거리 흡연 실태를 살펴보니 비흡연자들이 겪는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비흡연자들은 어디서 날아올 지 모르는 담배 연기가 두렵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울 곳이 마땅히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흡연구역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가 오후 12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서울 중구 서울역·시청·광화문 일대를 살펴보니 1분에 평균 1~2명 꼴로 길거리 흡연자가 보였다. 전체 흡연자의 약 80%는 건물이나 나무 등의 옆에서 서성이면서 담배를 피웠고, 나머지 20% 정도는 걸어다니며 흡연했다. 인근에 행인들이 많았지만 대부분은 아랑곳 않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었다.
서울역 인근 한 횡단보도에서는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에 불을 붙였다. 신호를 기다리던 직장인들은 고스란히 담배 연기를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 대다수는 담배 연기를 피해 멀찌감치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비흡연자인 B씨(29)는 "인근에 직장이 있는데 흡연자들의 단골 흡연 장소가 몇군데 있다"며 "담배 냄새가 너무 싫어 아예 그쪽을 피하는데도 매번 냄새를 맡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흡연자들대로 불만이 크다.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데 마땅히 담배를 피울 장소가 없다는 것. 흡연자인 직장인 D씨(38)는 "흡연 장소가 좀 많았으면 좋겠는데 정말 너무 없다"며 "담배는 팔면서 피울 곳은 마련해 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금연구역은 24만8000여곳인데 비해 흡연시설은 43곳에 불과하다. 흡연자들의 주장대로 흡연구역이 실효성도 거두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역 8번 출구 인근 도로는 담배 연기가 만연한 것으로 유명했지만 지난해 12월 흡연부스를 설치한 뒤 길거리 흡연자들이 확연히 줄었다.
서울시는 자체 조사결과 보행 중 흡연 금지에 대한 찬성(88.2%)이 반대(7.7%)보다 큰 것을 감안해 대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할 경우 사실상 길거리 흡연을 전면 금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김은순 서울시 건강정책팀장은 "사람들이 걷는 곳은 전부 금연구역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며 "어떻게 할 지 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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