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최후 진술, "뜻도 펴보기 전에"…법정 채운 흐느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김종훈 기자 | 2017.08.07 16:30

10분간 최후 진술…"중압감에 노심초사하며 매진…부족한 점 많았다…국민연금 의혹은 오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도 못했고 모두가 제 탓이었다는 점입니다. 다 제 책임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모든 임직원들의 많은 선배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으면 할 수 없었습니다. 창업자이신 선대 회장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 도중 '선대 회장님'이란 단어가 나온 대목에서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채 울먹였다.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안경을 벗고 떨리는 손으로 녹색 노트를 쥔 채 원고를 읽어 내려간 지 채 1분이 채 안된 지점이었다.

이 부회장은 잠겨버린 목소리를 풀어 보려는 듯 재판장에 양해를 구하고 물을 몇 모금 마시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에는 순간 엎드려 눈물을 흘리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방청객도 하나둘 늘어났다. 한 방청객은 "힘내세요"를 외치다 퇴정당했다.

이 부회장은 개의치 않고 마음을 가다듬은 듯 다시 "삼성을 글로벌 그룹으로 키우신 회장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하며 회사 일에 매진해왔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날 이 부회장은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게 맞다"며 "저희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국민들과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는 더 엄격하고 커졌고 수사와 재판과정을 통해서도 많은 그런 것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어보자는 다짐을 했고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게 돼 버리니 만감이 교차하고 착잡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여러 감정이 북받친 듯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는 것처럼 보였다.

이 부회장의 감정이 고조되던 찰나에 방청석에서는 '아이고'라는 탄식이 나오는가 하면 이 부회장의 뒷자리에 앉아있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하늘색 손수건을 꺼내 눈가와 얼굴을 연신 훔쳤다. 눈가는 이미 충혈돼 있었고 가끔 천장을 올려다봤다.


순간 이 부회장은 손에 들고 있던 노트를 내려놓고 재판장을 바라보며 "이거 한 가지만은 말씀드려야겠다"며 "제가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거나 기대를 한 적이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말을 이어나가며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하고자 하는 듯했고 김진동 부장판사는 그런 이 부회장을 보며 경청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과 일부 세간에서는 삼성물산 합병으로 제가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제 개인이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게 아닌가 의심한다"며 "결코 아니고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겠나"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심한 오해"라며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10분이 채 안되는 진술이었지만 대표 변론을 맡았던 송우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눈물을 참기 힘든 듯 천장과 책상 위로 시선을 번갈아 두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을 아껴주신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말씀드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최후진술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선고는 오는 8월25일 오후 2시30분에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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