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변보고 씻어야하는데"…남자간병인 없나요

머니투데이 모락팀 윤기쁨 기자 | 2017.09.02 06:25

[이슈더이슈]고령화사회 남자간병인 부족 심각…은퇴 남성들 제2직업으로 관심도

#두 달 전 담낭 제거술을 받은 A씨(남·59)는 병원 생활을 잊을 수가 없다. 여자 간병사가 병원복을 갈아입어야 한다며 갑자기 A씨의 바지를 벗겼던 것. 당시 상황만 생각하면 A씨는 아직도 수치심을 느낀다.

#자녀와 부인이 외국에 있는 '기러기아빠' 박모씨(61)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낙상을 당했다. 수술 후 박씨는 화장실까지 자신을 부축해줄 남자 간병사를 찾았지만 구하기 힘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조선족 남자 간병사를 겨우 고용할 수 있었다.

남성 환자들 사이에서 남자 간병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끄러움·수치심 등의 이유로 생면부지의 이성보다 동성을 선호하는 것. 그러나 남성 간병사가 턱없이 부족해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인이 많은 나라' 간병인 수요↑…남자간병사는 10명 중 1명

2일 통계청 '2016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하며 한국은 노인이 더 많은 나라가 됐다. 특히 열 집 중 한 집이 65세 넘은 노인들만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노약자를 돌보는 간병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간병사 업무는 △노약자의 이동 부축 △목욕·대소변 처리 △휠체어 밀어주기 △식사 및 운동 보조 등이다. 간병사가 되는 특별한 자격조건·나이제한은 없지만 여성들이 많다.

서울간병인협회에 등록된 약 200여명의 간병사 중 남자는 10%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조선족 동포가 대부분이다.

한 유명 포털사이트에 남자간병인 구인글이 올라와있다./사진=포털사이트 캡처

◇직업·성별에 대한 선입견…"차라리 공사장 가라"

남자간병사가 부족한 이유는 직업과 성별에 대한 선입견 등 때문. 서울간병인협회 관계자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꼼꼼하고 섬세하게 환자를 돌보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여자간병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간병사는 당연히 여자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밝혔다.


이모씨(남·31)는 "대학 졸업 후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오랫동안 간병 생활을 했다"며 "경험을 살려 전문간병인이 되고 싶은데 친구나 친척들 모두 '남자가 왜'라며 말리고, 나는 할줄 아는 게 없어서 막막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자간병사가 되기 위한 조건 등을 묻는 남성회원의 게시글 아래에는 "차라리 공사장에 가서 일을 하든가", "간호사도 아니고 남자간병사를 왜하냐", "젊은 사람이라면 다른 직업을 알아봐라" 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나이제한 없는 간병사…은퇴세대 남성들 '관심'

한편 은퇴세대·경력단절 남성들 사이에서는 남자간병사가 제2의 직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자격개발원에 등록돼 있는 간병사 민간자격증을 취득하면 바로 요양소·병원 등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중·노년 남성들이 간병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수요가 많은 데다 나이 제한이 없고 고령화 사회에 유망하기 때문. 경제적 이유 뿐만 아니라 사회 봉사를 위해 간병사자격증을 따는 사람도 있다.

박모씨(남·57)는 "노후에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간병사를 시작했다"며 "나도 나이가 들면서 아프지만 또래들을 돌보며 내 삶을 되돌아보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수적으로 경제적 여유도 생기면서 자식들에 부담을 주지 않아도 돼 좋다"고 덧붙였다.

한 민간자격증 교육업체 관계자는 “60세가 넘어 간병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남성들이 많다"며 "요양원·요양병원은 늘어나는데 남자간병사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유망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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