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틀니 선물, 이제 '행복' 맛보세요"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7.08.01 04:30

이정훈 메디플란트 연구소장, 9년째 매월 20명, 연간 200~300명에게 무료 틀니 제공

이정훈 메디플란트 연구소장 겸 도봉예치과 대표원장/사진=김유경 기자
매월 셋째주 일요일 오후만 되면 서울역 인근 S교회 건물 한편에 노숙자 20~30명이 모여든다. 올 때는 합죽이였던 이들이 갈 때는 모두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노숙자들의 변신을 돕는 이는 바로 이정훈 메디플란트연구소장 겸 도봉예치과 대표원장(41·사진). 이 연구소장은 2009년부터 9년째 매월 20여명의 노숙자에게 틀니를 선물한다. 연간 200~300개 틀니를 무료로 제공하는 셈인데 몸이 아파 병원을 쉰 적은 있어도 의료봉사를 거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연구소장은 “치아가 하나도 없는 노숙자가 많다. 이가 없으니 식사를 못하고, 식사를 못하니 몸이 안 좋고, 건강하지 못하니 일을 못하고, 재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노숙자 의료봉사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노숙자들에게 틀니는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고 이 연구소장은 설명했다.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게 선순환으로 바뀐다는 것. 이 연구소장은 “진료시간과 노력, 비용에 비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커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노숙자가 무료진료 대상은 아니었다. 외국인노동자, 장애인과 그 가족, 선교사, 탈북민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각각 필요한 진료를 제공하려고 했다. 문제는 제한적인 공간과 시간이었다. 그는 “처음 1년간은 교회 의료선교팀을 따라 안산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료했다”며 “당시 인근에 이용할 수 있는 치과가 없어 이들과 함께 인천을 오가며 진료했는데 진료시간보다 이동시간이 더 많아 비효율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듬해 교회의 도움으로 서울역에서 가까운 곳에 진료실을 마련한 게 노숙자들을 위한 의료봉사로 자리잡았다.

이 연구소장은 도봉예치과 인근 복지원에도 한 달에 한 번 들러 중증장애인들의 치아를 살핀다. 부모가 버린 지적장애인들을 보살피는 곳으로 대부분 양치도 스스로 못하는 수준이다. 그는 “60명의 장애인이 있는데 양치가 제대로 안 돼 스케일링과 구강검사 위주로 5~6명씩 진료한다”고 했다. 이밖에 1년에 1~2회 정도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 해외봉사도 다녀온다.


그가 이 같은 의료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개원 첫해 지인의 권유로 병원 문을 닫고 해외선교를 다녀온 것이다. 이 연구소장은 “임플란트를 하면 반나절만 진료해도 1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1주일간 문을 닫고 의료봉사를 다녀온 그달의 매출이 오히려 다른 달보다 많은 걸 보고 본격적으로 의료봉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요즘 티타늄 연구에 푹 빠져 있다. 메디플란트에서 티타늄임플란트를 비롯한 각종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 본인의 치과진료는 1주일에 두세 번 정도에 그친다. 이 연구소장은 “4년 전만 해도 야간진료까지 했는데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생각을 바꿨다”며 “돈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고 의미 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과학자가 꿈이었다”며 “마침 메디플란트도 사회적기업을 추구해 이곳에서 치과진료에 도움이 되는 의료기기 개발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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