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넘치는데 임금은 제자리…日경제 '한숨'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7.08.01 03:30

日정규직 일자리<구직자…비정규직 확대·근무시간 단축·낮은 생산성 등 임금 발목

편집자주 | 세계 경제가 좀 이상하다. 성장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상승 흐름을 타야 할 지표들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임금, 생산성, 유가, 실질금리 등 5개 지표가 대표적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물론 유력 경제학자들도 이들 지표가 뒤처져 있는 이유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5저 미스터리'를 5회에 걸쳐 풀어 본다. [글 싣는 순서] ①저인플레이션 ②저임금 ③저생산성 ④저유가 ⑤저금리

주요국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쓰고 있는 곳이 일본이다. 일본은 1980년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지만 1990년대 들어 자산거품 붕괴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장기 불황에 빠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말 집권하자마자 일본은행(BOJ)과 함께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재정지출을 늘렸고 BOJ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고 연간 수백조 원을 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경기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물가상승률은 최근 3개월째 0.4%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엔 한때 마이너스로 다시 밀리기도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2013년 4월 통화부양에 나서며 2년 내 물가상승률 2% 달성을 공언했다. 목표 시점은 이후 여러 차례 미뤄졌지만 내년 4월에 끝나는 그의 임기 중엔 도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 경제는 2014년에 다시 침체에 빠져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 성장세가 되살아나긴 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강도가 훨씬 약하다.

주목할 건 일본 고용시장이 대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1인당 일자리 수는 1.51개(6월 기준)로 1974년 2월 이후 4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정규직 일자리 수가 사상 처음 구직자 수를 넘어섰다. 같은 달 실업률은 2.8%를 기록했다. 수치가 같았던 올해 2~4월을 제외하면 1994년 6월 이후 최저치다.

고용시장은 호황인데 임금은 도통 오르지 않는다. 일본 경제의 가장 큰 수수께끼다. 일본 신세이은행에 따르면 일본 남성 직장인들의 기본급은 수년째 제자리로 지난 20년간 오히려 0.5% 줄었다.

임금이 제자리 수준이니 소비가 제한적이고 인플레이션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미국 등 다른 나라도 사정이 비슷하지만 일본은 다른 고용지표와 임금지표의 괴리가 유독 심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최근 여성과 같은 비전통적인 노동력 비중이 높아진 게 임금 정체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 아베 총리가 성장전략의 하나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촉진했지만 여성 인력이 대개 노인들과 함께 비정규직 일자리에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일자리 수가 훨씬 가파르게 늘어난 게 이를 방증한다.


안 그래도 일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기업들의 불안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저성장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은 고령자의 은퇴로 생긴 고임금·정규직 일자리를 저임금·비정규직으로 메우고 있다.

일본 간판 기업 가운데 하나인 미쓰비시중공업은 내년에 아예 사무직 신입사원을 뽑지 않을 방침이다. 유례없는 일이다. 미쓰비시는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일본 기업 노조가 임금인상보다 일자리 안정을 더 중시해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장기 불황 여파로 일본 노조의 임금인상 투쟁 협상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올해 '춘투'에서는 임금인상보다 '일하는 방식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노사 모두 장시간 근무 관행을 개선하고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뒀다.

BOJ는 최근 저임금 수수께끼에 대한 새 가설을 제시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낮은 생산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BOJ 정책위원들은 일본 기업들이 장기 불황 뒤에 노동력을 낭비하듯 사용했기 때문에 노동자 1인당 생산성을 높일 여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를 밑돌고 미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일본 기업들이 구조개혁보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는 점이다. 생산성이 낮은 업무를 포기해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시간당 임금을 높이는 식이다. 생산성이 높아지지만 전체 임금은 늘어나지 않는 셈이다.

기우치 야스히로 일본생산성센터 선임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라며 "일본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과 근무시간 단축을 한 세트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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