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레드라인' 도발에도, 文 "베를린구상 동력 유지"…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17.07.29 18:54

[the300]北 핵·미사일개발 시간표에 일희일비 않고 장기적 신뢰쌓기 포석…당분간 우선순위선 멀어질 듯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사진=뉴스1
북한이 28일 심야에 기술적으로 진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을 감행했음에도 정부가 '베를린 구상' 유지를 강조해 관심이 쏠린다. 북한의 도발 시간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북대화의 끈을 유지하며 신뢰를 쌓아 결정적 순간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이끌어내겠다는 장기적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7일 정부의 군사 당국회담·이산가족 상봉 개최를 위한 적십자회담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28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자강도에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의외의 장소와 시각에서 우리 정부에 '기습 펀치'를 날린 것이다.

이에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정부는 '베를린 구상' 기조를 이어간다고 강조했지만, 우리 정부가 김정은의 지하벙커를 겨냥해 탄두중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 제안에 응답해올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정부는 아껴뒀던 대북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를 주문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게) 발사대 4기 추가반입을 지시했다. 전날 사드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힌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아울러 '독자적 대북제재'를 거론한 정부는 곧바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을 공식화했다. 사거리 800km, 탄두중량은 500kg에 제한돼 있는 탄두 중량을 늘리겠단 것으로, 사실상 북한 김정은의 지하벙커 등을 실질적으로 공략하겠단 의미다.

이는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며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명시한 '베를린 구상'의 기조에 어긋나는 조치다.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조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이순진 합참의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군사적 대응 옵션'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 2차 발사에 성공했다고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4일 오전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24일 만이다.(노동신문) /사진=뉴스1

정부의 이 같은 강력조치는 북한의 이번 도발이 '레드라인'(포용과 봉쇄의 기준선)에 임박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이날 직접 주재한 긴급간부회의에서 "현재 진행중인 한미 정밀분석을 지켜봐야겠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인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새벽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북한의 지난 4일 ICBM급 발사보다 기술적으로 진전됐다는 1차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당분간 우선순위에서는 멀어지는 게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본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데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 논의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 당분간 대북제재·압박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다만 북한의 연이은 ICBM급 도발을 근거로 정부의 '베를린 구상' 등 평화구상 노력이 실패했다고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례를 볼 때 북한이 우리 정부의 군사회담이나 적십자회담 제안에 즉각적 비난이나 거절을 표시하지 않은 것만으로 '절반의 응답'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또 북한은 자체적인 시간표에 의해 핵·미사일 개발을 일정 수준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단계를 밟고 있기 때문에 이것에 좌우되기보다 중요 시점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끔 하기 위해 정부가 장기적인 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통령께서 베를린 구상을 제안한 것도 4일 북한의 ICBM급 도발 직후였다"며 "우리 정부가 큰 틀에서 대북정책 방향과 철학을 소신있게 밝힌 것이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우리의 제안으로 하루아침에 새로워져서 즉각 도발을 중단하고 변화할 거라고 기대했겠나"라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과 끈기를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한단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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