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도 해킹당할 수 있다..윤리적 연구 논의 필요"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7.08.07 03:16

김성필 UNIST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

김성필 교수/사진=UNIST

머리를 감싼 20여 개 센서가 긴 케이블을 통해 컴퓨터와 연결돼 있다. 누워있는 전신마비 환자는 움직임이 전혀 없지만 맞은편 TV 화면은 마술을 부리듯 알아서 바뀐다. 컴퓨터가 뇌파를 측정해 원하는 채널을 대신 돌려주는 모습이다. 이젠 이 장면이 전혀 낯설지 않다.

이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회사인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간의 두뇌 피질에 초소형 신경 인터페이스기기인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이식,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최근 BC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언젠가는 당신의 마음만을 사용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는 국내 몇 안 되는 BCI 기술전문가중 한 명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BCI 기술은 이미 뇌파를 이용해 디지털기기를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요즈음에는 뇌 신호에서 사람의 의도를 읽을 뿐만 아니라 외부 정보를 뇌에 직접 자극을 줘 입력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죠. 마인드 리딩(Reading)과 라이팅(Writing)이 동시에 가능한 이른바 ‘양방향 뇌파 통신’ 기술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은 상대방의 시선이나 표정, 몸짓, 자세 등을 보고 심리상태를 어림짐작해 왔다. 앞으로는 BCI 기술자들이 인간들의 뇌 속 곳곳을 분석해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 제품에 대한 선호도 및 평가, 의사결정에 따른 감정 변화 등 의뢰인이 원하는 다양한 뇌 속 정보를 적나라하게 추적해 모아주게 된다.

“예를 들어 앞으로는 현금인출기(ATM)에 부착된 화면이 BCI를 통해 입력된 사용자 기분 데이터에 맞춰 광고를 보여주게 됩니다. 이 광고를 끝까지 다보면 ATM 사용 수수료를 면제하는 혜택을 주죠. TV도 사용자 기분에 맞춰 채널을 알아서 자동으로 돌려줄 겁니다. 리모컨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거죠.”


김 교수가 이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중증 마비환자 등 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뇌파로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독립성을 복원시켜주자’는 데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술이 그러했듯 BCI도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BCI가 악용될 경우 사회적으로 심각한 윤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직 먼 얘기같지만 만약 뇌파를 측정하는 사람이 다른 의도를 품고 피실험자의 통장계좌나 현관문의 비밀번호 등을 알아볼 수 있겠죠. 본인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치 않는 정보를 집어넣는 범죄도 일으킬 수 있어요. 이를테면 불법적인 사상과 이념을 주입해 세뇌하는 거죠. 또 만일 뇌 자극을 통해 더 우수한 뇌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가정해 보죠. 그런데 수천수억원이 든다. 그러면 부유층만 누리는 특혜산업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죠.”

때때로 인간은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BCI가 실행활에 보편화되면 감추기 어려워진다. 또 테러집단이 뇌 해킹을 통해 집단 통증을 유발하거나 감정을 수정하는 등 악의적인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

김 교수는 BCI와 관련한 윤리학적 논의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기술이 사회에 미칠 여러 가지 영향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윤리적인 뇌 연구가 이뤄질 수 있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인간에게 BCI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등 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법·제도도 구축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이 뇌 속에 전자칩을 집어 넣고 뇌 안의 정보를 읽고자 한 근본적인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상기시켜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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