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반은 여자다. 낙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폴란드 여성 10만여명이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우산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보수집권당이 '낙태전면금지법' 제정을 추진하자 이를 막기 위해서다. 결국 법안은 폐기됐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낙태죄 폐지를 위한 운동을 펴고 있다.
유엔(UN)은 지난 1979년 일찌감치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EDAW)을 채택하면서 인공임신중절을 하는 여성들을 처벌하는 법조항 제거를 권고했다. 지난 2011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낙태 여성을 처벌하는 한국의 형법 조항에 대한 재검토를 권고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낙태가 금지된 아일랜드에선 매년 15만여명의 여성이 영국으로 원정 낙태를 떠난다. 2012년엔 죽어가는 태아를 낙태하지 못한 인도 여성이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아일랜드는 2013년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키로 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임신이 여성의 건강이나 생활을 위협하는 경우엔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은 임신 24주 이내에 '임신이 여성의 생명이나 정신적 건강에 미칠 위험이 크다'고 의사 두 명이 동의하면 낙태할 수 있다. 배우자의 동의도 필요없다.
독일은 임신 12주까지 본인이 원한다면 전문의 상담과 확인을 거쳐 낙태를 할 수 있다. 의사가 임산부를 진단해 '임부의 현재와 장래 생활관계를 고려해 임부의 생명에 대한 위험 또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훼손될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가능하다.
프랑스는 여성이 임신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경우라면 낙태를 허용한다. 다만 12주 이내여야 한다. 낙태를 결정한 임부는 수술 전 일주일간 숙려기간을 가져야 하고, 미성년자는 의사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성인이나 미성년자나 부모 등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일본은 낙태죄를 처벌하지만 예외 사유에 신체적 이유 뿐 아니라 경제적 이유까지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강간에 의한 임신이거나 임신이 임산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때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낙태가 허용된다. 이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낙태죄에 대한 현행 모자보건법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현실적인 법률 개정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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