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20일 청와대에 무슨 일이?…'김영한 수첩' 공개

뉴스1 제공  | 2017.07.27 07:05

이건희 회장 쓰러진지 한달 후 민정팀 행정관 '삼성 동향 파악'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보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저체온 치료를 받고 있는 12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이 회장의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14.5.12/뉴스1

이재용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된 일명 '김영한 수첩'을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수첩에 적힌 '삼성 승계 모니터링' 이라는 단어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통상적으로 파악한 국내 주요 현안이었는지, 아니면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주려 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된 '삼성 문건'에도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문건의 성격을 놓고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 '김영한 수첩' 무슨 내용 담겼나… 엇갈린 해석

2014년 6월20일 청와대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가 열렸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기춘, 민정수석은 故 김영한이었다. 김 전 수석의 모친이 가지고 있던 일명 '김영한 수첩'은 지난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44차 공판에서 증거로 채택됐다. 특검은 이 수첩을 김 전 수석의 모친으로부터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이 공개한 이 수첩에는 삼성과 관련해 2014년 6월20일 '실수비' 회의 관련 메모로 보이는 '삼성그룹 승계과정. 모니터링'이라고 적혀있다. 특검은 이 부분을 강조하며 청와대가 삼성의 승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 한달여 후로 국내외 언론들이 이 회장의 상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련 보도를 쏟아내던 시기였다.

양재식 특검보는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그 직후인 6월20일 청와대 내부 회의(실수비)에서 삼성그룹 승계 모니터링이라는 말이 나와 김영한 수첩에 '키워드' 형태로 적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김영한 수첩의 입증취지가 대통령으로부터 (삼성 승계 모니터링을) 지시받았다는 것은 아니죠"라고 묻자 양 특검보는 "당시 실수비에서 승계 모니터링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한다"며 "그 무렵 청와대에서 이재용 승계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은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삼성 리포트'라는 것이 특검 주장대로 2014년 9월쯤에 완성돼 보고됐다면 그무렵에 보고가 순차적으로 됐다든가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에 추가 지시가 있거나 하는 내용이 '김영한 수첩'에 기재됐어야 자연스럽지 않으냐"며 "김영한 수첩 전체를 열람하는 것이 어떨지 싶다"고 수첩 전체 열람을 요청했다.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삼성 승계를 모니터링'하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를 민정수석실에서 리포트 형태로 만들어 보고했다면 김영한 수첩 어딘가에 보고서를 만들어 비서실장에 보고했다든가, 또 다른 삼성 관련 지시나 피드백이 있었다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2014년 7~9월 민정수석실에서 만들었다는 '삼성 리포트'가 어떤 형태로 존재했는지, 어떠한 내용이 담겼는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삼성 승계 모니터링'을 실제 청와대가 어떻게 진행했는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첩 주인인 김 전 수석은 고인이라 물어볼 수 없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같은 지시를 했느냐고 확인해야 한다. 리포트 작성자인 행정관은 삼성에 대해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을뿐 대통령의 관여 여부는 모르고, 삼성을 도와주라는 특정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 2014년 6월, 이건희 회장 '위독' 전국민 관심사… '삼성 리포트' 해석 놓고 닮은꼴

2014년 6월은 이건희 회장이 위독해 재계가 발칵 뒤집힌 때였다. 이건희 회장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외신에도 주요뉴스로 다뤄졌고 국내 언론에서도 관련 내용이 연일 보도됐다. 해당 실수비 한달여전인 2014년 5월1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및 심근경색 증상으로 인해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서울병원에서 응급 조치를 받고 이튿날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장혈관확장 시술을 받았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재계에는 긴장감이 높아졌다. 정치권 역시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주목하던 시점이었다. 이 회장은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회복 치료에 들어갔지만 당시부터 현재까지 와병 중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보도가 메인뉴스로 다뤄졌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기자들에게 이 회장의 병세에 대해 주기적으로 브리핑을 했고 삼성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이 회장이 사망했다'와 같은 가짜뉴스와 '지라시'가 퍼지는 등 주가조작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처럼 긴박하던 상황에서 청와대도 이건희 회장 유고시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 특검 주장에 따르면, 실수비에서 '삼성 승계 모니터링'이라는 현안이 등장했고 이에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병우가 이영상 민정수석실 민정팀 선임행정관(현직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에게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린다. 현직 검사인 이 전 행정관은 이날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지시로 작성한 일명 '삼성 리포트'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쓴 것으로 국가경제 관련 리서치 차원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행정관의 자필메모인 A4용지 2장 분량의 삼성 관련 메모 역시 그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다. 이 전 행정관의 자필메모와 함께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팀 캐비닛에서 발견된 일명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2014년 7~9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특검은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은 문건 가운데 16종을 재판부에 증거로 냈다.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1. 우리 경제 절대적 영향력 2. 유고 장기화 삼성 경영권 승계 가시화 국면 3. 경제 실질적 기회 확인'이라 적혀있다. 또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도와줄 거 도우면서 삼성이 국가경제 기여 방안 모색' '삼성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등의 내용이 쓰여 있다. '규제개혁 국민연금 지원 순방단 포함 조치' '당면 과제 해결은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구체적 요망 파악' 등 정부의 역할에 대한 내용도 적혔다.

또한 '지금은 삼성의 골든 타임. 삼성전자 구조조정. 껍데기만 있고 내실 약한 사업 정리. 성공하면 이재용의 첫 작품으로 부각 실패하면 이건희의 유산으로 정리. 전자 구조조정 설. 삼성 신제품 발표. 삼성은 개인이 몇십조 자금으로 지배하고 경영할 수 있는 사이즈 넘어섰음. 외국인 투자자 국민연금. 경영성과 내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 불가능. 대내외적으로 그룹 통치할 수 있는 경영 능력 인정받아야' 등이 적혀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넷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문건. 2017.7.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청와대에 따르면, 메모와 함께 각종 삼성 관련 언론기사와 법 개정안, 지주회사 보고서 등의 자료가 클리어파일 안에 함께 들어있었다. '2014년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수기 메모 2장, 이메일, 보고서 일부로 보이는 '삼성의 벤처투자 확대 요구' 문서, 이종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 법률안. '지주회사 제도 개선'이란 제목의 보고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이란 제목의 보고서, 강석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출력물, 갤럭시S5를 위해 고시가 개정됐다는 특혜 의혹이 있다는 언론 보도 등이 같은 클리어파일 안에 보관돼 있었다는 것이다.

자필 메모에는 흘려쓴 글씨가 많아 이 전 행정관 본인도 알아보지 못하겠다고 하는 대목도 있었다. 이 전 행정관은 "당시 언론에서 확인한 내용을 반영해서 리서치한 메모들"이라며 "삼성에 접촉해서 구체적 요망사항을 파악한 것이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삼성 보고서를 작성할 때 행정관들이 독자적인 의견을 갖는 것이 아니고 리서치를 할 때 기고나 전문적인 자료를 검토한다"면서 "그것들이 종합적으로 의견 형태로 (반영)된 것 같다"고 증언했다.

메모 작성자인 이 전 행정관은 당시 민정수석실 민정팀에서 주요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수렴 업무를 담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봐라'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청와대 행정관들과 언론 기사 등을 참고해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아 자연스럽게 관련 메모를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을 도우라는 지시도 받지 못했으며, 합법적으로 작성한 메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전 행정관은 "정부에서 삼성에 어떠한 도움을 주더라도 당연히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검토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이건희 와병으로 유고가 장기화돼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가시화 국면에 이르렀고, 정부서 도와줄 건 도와주며 경제에 도움주도록 하자는 것이었다"며 "정부 시각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기재돼 있고, 지시자인 우병우의 중간보고를 통해 다듬어지는 등 (메모가)당연히 위에 상부 보고를 위한 것이라 추단(미루어 짐작하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 전 수석은 그런 지시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로 말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추후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7일 본인 재판에 나왔을때 기자들에 "문건 관련 언론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삼성 측은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 제시한 메모의 증거능력 관련해 원본이 있는지, 또 다른 자료가 함께 파일에 편철돼 청와대에 있었던 것인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는지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인한 경영권 승계가 화두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아봤다는 것이 증인의 증언이며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관심갖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 전 행정관은 본인이 작성한 자필메모 2장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특검이 자필메모 2장과 같은 클리어파일 안에 들어있다고 한 '지주회사 제도개선 보고서' 등에 대해서는 "방금 보여주신 문건에 대해서는 처음 본 것으로 기억하고 내용도 바로 이해를 못하겠다"며 "제가 쓴 메모와 이 서류들이 어떻게 발견된 것인지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자필메모와 함께 있는 이메일 출력물에 제 이름이 있다"며 "다만 나머지 자료들에 대해서는 시일이 지나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메모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체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민정팀 소속인 이 전 행정관의 메모가 왜 사정팀 캐비닛에서 발견됐는지에 대해서도 "그부분은 제가 알 수 없고 떠나온 뒤 캐비닛이 어떻게 보관됐는지는 알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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