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일본 주택시장보다 아파트 비중이 높고, 공급과잉도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주택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지방, 노후주택 위주로 빈집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인구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이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한은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중장기 주택 수요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2016~2035년 주택 수요는 면적 기준 약 29.1% 증가하지만 연평균 증가율은 △2016~2020년 1.7% △2020~2025년 1.5% △2025~2030년 1.2% △2030~2035년 0.8%로 점차 둔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베이비붐 이전 세대인 1945~54년생을 고점으로 점차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노후 생계비 마련이 충분하지 않은 70세 이상 가구는 주택을 파는 비중이 상승하는 반면, 취업난과 늦은 결혼으로 자산축적이 지연된 40세 미만 청년 가구가 주택을 사는 비중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가운데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빈집은 60만7000호로 전체 56.8%를 차지한다. 특히 준공 후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이 2016~2015년 약 450만호이며, 이 중 아파트는 277만호로 추산된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어려움이 생기면 빈집 증가율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게 한은의 견해다.
한은은 인구구조 변화로 주택 시장은 중소형(85㎡ 이하)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2인 가구 수는 2015년 1000만가구에서 2030년 1400만가구로 늘어난다. 월세 비중도 지금보다 높아진다. 다만 서울은 주택 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레버리지 투자 수요로 다른 지역보다 전세 비중이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1991~1992년 부동산 버블 붕괴,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1992년 이후 지난해까지 주택 가격은 약 53% 떨어졌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이런 충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 가격 추이, 성장 등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한은의 예측이다.
버블 붕괴 직전인 1988년 일본의 단독·다세대주택 비중은 69%로 아파트(맨션)의 2배가 넘었지만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아파트 비중이 59.9%로 단독·다세대주택 비중 38.8%보다 높다. 주택매매회전율(연간매매건수/재고주택량)도 지난해 10.4%로 0.3% 수준인 일본을 크게 웃돈다.
한은은 “아파트는 거주 편의성으로 청년 가구 선호도가 높고 처분, 임대 등이 용이해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며 “앞으로도 아파트 매매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주택 공급 방식도 기존 주거지 재건축·재개발 위주여서 공급과잉이 장기화될 여지도 낮다는 평가다.
한은은 주택시장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중장기 주택수급 안정화 방안 △고령가구 맞춤형 주택공급 △청년층·저소득층·빈곤노년층 공공임대주택 확충 △빈집 활용 등 재고주택 관리 △주택담보대출 이외 부동산 금융상품 개발 등의 정책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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