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갈수록 짧아지는 부동산 규제 '약발'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17.07.27 04:02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 하루 연차를 내고 서울의 한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를 찾았던 40대 직장인 김씨. 푹푹 찌는 날씨에 행여 길이라도 헤매면 어쩌나 출발 때부터 마음을 졸였지만 정작 걱정할 건 그게 아니었다. 지하철역 출구 앞까지 모델하우스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모델하우스가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4~5분은 걸린다고 했는데, 아닌가?” 당시 시간은 오전 11시. 이날 서울에는 폭염 특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부동산시장이 정부 규제를 비웃듯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청약경쟁률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오피스텔, 입주권 등 규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돈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부동산시장이 정부 규제를 비웃듯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청약경쟁률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오피스텔, 입주권 등 규제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돈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최근 서울의 월별 최고 청약경쟁률을 보면 △4월 ‘힐스테이트 암사’ 12.3대1 △5월 ‘보라매SK뷰’ 27.7대1 △6월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38.0대1 등 매달 기록을 갈아치운다. 이중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새 정부가 첫 번째 부동산 종합대책인 6·19대책을 발표한 후 서울에서 처음 청약에 나선 단지다.
 
서울은 정부가 6·19대책에서 ‘과열 1번지’로 지목한 지역이다. 강남·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역으로 분양권 전매 금지 조치를 확대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은 이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규제를 비켜간 오피스텔은 로또가 됐다.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데다 전매제한이 없어 계약과 동시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정부가 번번이 알맹이 빠진 규제에 나서면서 ‘부동산 규제의 유효기간’이 갈수록 짧아진다. 실제 지난해 11·3대책 발표 이후 약 한 달 동안 잠잠하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이번 6·19대책 때는 불과 2주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부동산 시장에는 다음달 발표되는 가계부채종합대책도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많다. 포털사이트 부동산 커뮤니티만 해도 정부가 추가 대책에 나서도 집값 상승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넘쳐난다. 다주택자 보유세 인상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이른바 ‘한방’이 있는 대책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줄을 잇는다.

정부는 6·19대책 발표 당시 이상과열이 계속될 경우 보다 강한 규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은 코웃음을 친다. 물론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이상’ 과열이라고 진단한 만큼 핵심을 비켜간 정책으로 거듭 상황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양치기 소년의 경고는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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