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위해 미술대학에 입학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가 있다.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제품 개발은 마케팅과 유통이 아닌 디자인 역량에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5년여의 노력 끝에 최근 한 달간 가방 하나로 15억원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다. 디자인 콘텐츠 양산 플랫폼 ‘샤플닷컴’을 운영하는 진창수 샤플 대표(36·사진) 이야기다.
진 대표는 2012년 샤플을 설립한 후 이듬해 휴대용 샤워용품 용기 ‘스마트 디스펜서’를 출시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2006년 이라크 자이툰부대 복무 당시 미국 장병들이 지친 상황에서도 각종 샤워용품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간편한 샤워용품 용기가 글로벌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봤다. 진 대표는 당시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에서만 60일간 총 5만5000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진 대표는 크라우드펀딩 성공 경험을 계기로 가능성 있는 디자인의 제품화를 지원하는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진 대표는 “유망한 디자이너들이 생산 및 물류, 배송, 영업 등 경험부족으로 사업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디자인을 제외한 제품화 관련 전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1년여 개발 끝에 지난달 ‘샤플닷컴’을 출시했다. ‘샤플닷컴’에는 전세계 누구나 자신의 디자인을 올릴 수 있다. 글로벌 소비자들로부터 ‘좋아요’를 500개 이상 기록한 제품은 시제품으로 제작되며 5000개 이상인 제품은 생산 및 판매에 돌입한다. 디자이너는 ‘좋아요’ 개수에 따라 3~10%의 로열티를 거둬들인다.
진 대표는 이같은 제작과정을 통해 소비자 친화적 디자인제품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산업도 유통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소비자가 아닌 유통기업 의사결정권자에 의해 디자인이 결정된다”며 “샤플닷컴에선 제작 초기단계부터 소비자의 선택을 거쳐 제품으로 제작된다”고 했다.
또 샤플닷컴을 통해 일명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이 생산된다고 진 대표는 강조했다. 샤플닷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디자인은 중국공장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생산된 뒤 선박에 실려 곧바로 국내 택배회사로 옮겨진다. 유통과정을 최소화해 제품 가격을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최근 샤플닷컴의 첫 제품 ‘닥터나(Dr.Nah) 캐리어&백팩’은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샤플닷컴 홍보차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엔 2만여명이 몰리며 약 15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나 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의 심플한 디자인과 2만9000~4만9000원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 취향을 저격했다고 진 대표는 분석했다. ‘닥터나’는 이달 18일 처음 출고돼 소비자 품에 안긴다.
진 대표는 “기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디자인 이후 배송 및 판매를 고민해야 한다면 샤플닷컴은 디자인만 있으면 누구나 제품화에 도전할 수 있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간 거리를 최대한 좁혀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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