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복날, 다시 찾아온 논쟁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7.07.26 05:43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옥자' 포스터
최근 머니투데이 온라인에 동물병원 이야기 연재가 시작됐다. 지난 토요일 글은 반려돼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상은 했지만 날선 댓글이 여럿 달렸다. 개고기 반대론자를 향한 '돼지고기는 괜찮나?' 같은 것들이다. 이날은 하필 중복이었다.(기사는 요일에 맞춰 나간 것이다)

개 식용 문제는 말 꺼내기 무서울 만큼 예민한 주제다. 복날이 이어지는 요즘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대 집회'를 열고, 육견협회 등은 '식용견을 인정하라'고 거리로 나선다.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 "개 식용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해명 자료를 내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은 애매하다. 축산법 시행규칙 중 가축의 종류에는 개가 들어있으나,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없다. 그래서 개의 도축 문제는 동물보호법으로 따져봐야 한다. 최근 법원은 개를 전기로 도살한 농장주에게 무죄를 선고해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판부의 "현실적으로 개가 식용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발언이 특히 논란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개 식용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읽힌다. 2008년 '개고기 식용 합법화'에 대해 53.2%가 찬성(25.3% 반대, 리얼미터)을 했지만, 2015년에는 '개고기 먹는 것'을 좋게 본다는 답이 37%로 큰 차이를 보였다.(44% 좋지 않게 본다, 갤럽)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이 2년 전 20%를 넘는 등의 변화가 영향을 줬을 것이다.

중복인 지난 22일 동물단체들은 거리에 나와 "복날은 악습"이라며 복날에만 160만 마리의 개가 죽임을 당한다고 주장했다. "(개고기 먹는 것이) 국가 이미지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냈다. 하지만 '왜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가'라며 개만 특별한 동물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찬성과 반대 양쪽 의견은 평행선을 그린다. 개가 인간에 가까운 존재냐, 동물일 뿐이냐는 식으로 논쟁이 흐르는 건 본질을 벗어났다. 사회적 합의도 이루기 어렵다.


최근 영화 '옥자'를 보고 나서 "돼지고기를 못 먹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 역시 "두 달간 채식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요구한 사람은 없다. 봉 감독은 "철학적 결단이 아니라 냄새 때문"이라는 솔직한 이유를 댔다. 영화를 찍기 전 가본 미국 도축장의 냄새가 강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영화를 통해 육식 문제가 아닌 공장식 축산 문제를 되짚어보려 했다.

사실 우리가 취하는 동물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애써 눈감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국민간식이라 불리는 치킨이 되는 닭은 의외로(?) 20년을 살 수 있다. 그러나 고기가 되기 전까지 한 달 정도 산 뒤 도축된다. 토론과 고민의 시작에는 '사람과 다른 생명의 공존'이 놓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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