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50)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문건을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49)과 전직 삼성 수뇌부들의 뇌물 사건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행정관은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우 전 수석 밑에서 일했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고(故) 김영한 전 수석이었다. 우 전 수석은 2015년 1월 김 전 수석의 후임으로 승진했다.
법정에서 특검이 캐비닛 문건 사본 중 손으로 쓴 메모를 제시하자 이 전 행정관은 "전체적으로 제 자필로 작성된 것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메모엔 '삼성경영권 승계→기회로 활용',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가시화', '삼성 현안 기회로 활용', '삼성의 구체적 요망사항 파악' 등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메모에 대해 특검은 "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메모를 쓰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전 행정관은 "네"라고 답했다.
이 전 행정관은 2014년 7~9월 사이 메모를 작성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특검에서 "왜 민정비서관이 삼성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는지 아는가"라고 묻자 이 전 행정관은 "모른다"라고 진술했다.
이에 특검은 "메모를 보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문제를 검토한 게 전부"라며 "민정비서관으로부터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구체적 지시를 받았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전 행정관은 "지금 제 기억으로는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그 이상의 지시가 있지는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 전 행정관은 메모 내용을 반영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우 전 수석의 승인을 받아 완성했다고 했다. 그는 "지시자가 내용을 승인하면서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느냐. 삼성 보고서도 행정관이었던 증인(이 전 행정관)이 임의로 방향을 결정할 수 없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전 행정관은 "네"라고 수긍했다.
이어 특검에서 "민정비서관이 최종적으로 (보고서의) 기조를 결정하고 승인한 것 맞냐"고 질문했고 이 전 행정관은 "네"라고 답했다.
다만 이 전 행정관은 이 보고서가 김 전 수석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65)에게 보고됐는지에 대해선 "거기까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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