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찾은 서초구 우면동 KT 융합기술원 2층 ‘AI 테크센터’ 내 ‘AI 테크 존’. 이 곳에 들어서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환풍기 소리만 가득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말하는 것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이었다. 30도를 웃도는 밖에 날씨와 달리 항상 18도 수준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 공간은 인공지능(AI) 개발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들어선 곳. KT가 지난 6일 문을 연 AI테크센터를 들여다봤다.
AI 기술개발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를 꼽으라면 대량의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 그리고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같은 슈퍼컴퓨팅 인프라다. AI 테크 존에는 72만개의 연산칩(코어)으로 이뤄진 ‘GPU 컴퓨팅 클러스터’가 있다. 클러스터의 높이는 웬만한 성인 남자 키보다 높아 보였다. AI 연구만을 위한 GPU 연산능력으로 국내 산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곳의 온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서버의 발열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슈퍼컴퓨터의 능력은 막강하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기존 컴퓨팅 파워로 일주일 정도 걸렸던 연산을 하루 만에 해낼 수 있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뛰어나다. KT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인 그린톱 500에서 글로벌 10위권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가지니가 적용된 ARS서비스가 시연됐다. ‘지니야’하고 호출어를 말한 뒤 ‘OOO 전화번호 알려줘’라고 말하자 AI가 전화번호를 TV화면에 띄우며 응답했다. 앞서 KT는 고객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주제와 핵심어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STT·TA)을 자사 콜센터에 적용한 바 있다. 향후 핵심키워드 추출, 고객 감정 분석 등의 기능을 추가해 콜센터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KT는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파트너사들과 협업을 돈독히 해 나가고 있다. 센터에서는 KT가 지난달 공개한 기가지니 서비스개발키트(SDK)를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하는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AI테크센터에서 협력 중인 프로젝트는 약 40여 건. 대표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는 연내 기가지니로 간편 송금을 하거나 통장 조회 등을 하는 서비스를 개발, 선보일 예정이다.
KT는‘한국형 AI’ 개발과 상용화로 생태계 확대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AI 테크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센터에는 현재 100여명이 근무 중이며 최근 30여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확충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도 꾀하고 있다. KT는 현재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NTT도코모 등과 AI 부문 협력을 위해 논의 중이다.
김진한 KT 융합기술원 AI 테크센터장은 “AI시장은 특정 사업자 혼자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AI분야의 인재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인재 확보와 함께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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