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이트' 흥행에 고민빠진 주류업계, 韓 발포주 시장 열리나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17.07.26 04:30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두달만에 1000만개 판매…오비맥주 발포주 적극 검토…롯데주류도 가능성 열어놔

하이트진로가 한국에 처음 선보인 발포주, '필라이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저렴한 발포주가 국산 맥주에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할 것이라며 팔짱을 끼고 관망하던 업체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필라이트를 시작으로 한국 발포주 시장이 개화할 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최근 발포주 출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임원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비맥주는 이미 1990년대부터 '바리아루', '구구또' 등의 발포주를 생산해 일본에 수출해왔다. 기술력이 있는만큼 일찌감치 발포주 출시를 검토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 아래 일단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최근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필라이트'는 가정용 캔, 페트 제품으로만 유통됐음에도 불구하고 두달 만에 1000만개 판매고를 올렸다. 맥주업체들의 주 타깃인 업소를 공략하지 않고도 큰 인기를 얻은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우리도 기술력이 있는 만큼 발포주 출시를 고민해왔는데 필라이트가 인기를 끌어 상황을 면밀하게 보고 있다"며 "발포주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신제품 '피츠 슈퍼클리어'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롯데주류도 발포주 출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발포주는 레시피만 있으면 기존 맥주와 동일한 시설에서 만들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수입이든, 국산이든 좀 더 다양한 맥주를 맛보고 싶어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 발포주 시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발포주 시장이 본격 열릴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맞은 한국 경제는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견되고 있는 상황. 따라서 '가성비'를 앞세운 발포주가 성장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해당 기간 발포주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일본 후지경제에 따르면 일본 맥주류(맥주+발포주+제3맥주) 시장은 2006년 660만kl 규모에서 지난해 587만kl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맥주 비중도 53%에서 45%로 줄었지만, 발포주와 제3맥주의 판매비중은 42%에서 45%로 증가했다. 일본은 '식당에서는 맥주, 집에서는 발포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발포주가 대중화돼 있다.

다만 신제품 효과가 없는 2,3번째 발포주까지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또 국산 맥주에 '맛없는 맥주'라는 주홍글씨가 찍힌 상황에서 자칫 파격적으로 저렴한 발포주 출시가 잇따를 경우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필라이트의 경우 맥아 함량이 10% 미만이어서 우리나라에서 기타주류로 분류, 세율이 30%에 불과하다. 맥주 세율(72%)보다 절반 이상 낮아 판매가격도 1만원에 12캔으로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발포주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다 우리나라에는 발포주 개념도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맥주라고 인식해 선택하는 것일 수 있다"며 "주종을 구분하게 된 후에도 구매할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고객 선택 폭이 넓어지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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