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을 두려워하지 말라"…장병규, 벤처창업 연타석 '홈런'의 비결은?

머니투데이 대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 이하늘 기자  | 2017.07.25 03:00

[머투초대석]장병규 블루홀 의장 "투트랙 규제, 사회와 창업 모두 지키는 길"

장병규 블루홀 의장. /사진= 이기범기자
제대로 된 업(業)을 고르고, 그 업에 맞는 팀을 구성해야 창업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초기기업) 업계 ‘미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장병규 블루홀 의장의 조언이다. 사업 아이템이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또 그 사업을 펼치기 적합한 인재들을 확보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이는 그가 투자대상을 고를 때 따지는 핵심 잣대기도 하다.

지난 17일 경기도 판교 블루홀 사무실에서 장 의장을 만났다. 두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20년간 네오위즈, 첫눈, 블루홀 등 벤처 창업 과정과 본엔젤스 대표 스타트업 투자가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자신의 철학 등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벤처창업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남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창업가의 뚝심을 최대 덕목으로 꼽았다.

-벤처투자사(VC) 본엔젤스 대표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10년간 투자한 스타트업은 얼마나 되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도 소개해달라.

▶본엔젤스 전체적으로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중 내가 주도한 투자는 30개사를 조금 넘는다. 본엔젤스는 여러 명의 파트너들이 각각의 투자기업을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수익규모는 아직 상장이나 매각을 안한 투자기업도 있기 때문에 정확히 계산할 순 없다. 하지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두자릿수 이상이 될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곳은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다. △매드스마트 △버드뷰 △씽크리얼스 △위트스튜디오 △카닥 △캔들 △퀵켓 등 SK,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에 매각한 사례도 있다.

투자 실패 사례도 없지 않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성 매칭 서비스 기업이 있었다. 창업자와 팀 구성원, 시장 상황 등 면면을 봤을 때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당시는 모바일 벤처투자가 위축되던 시기였고, 사업 아이템에 대한 후속 투자사들의 평가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아 결국 그 회사는 사업을 접었다. 가장 아쉬우면서도 뼈아픈 기억이다. 하지만 시간을 돌려도 이 기업에 다시 투자했을 것이다.

-본엔젤스는 한번 투자한 회사에 추가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시장에 잘못된 편견을 줄 수 있어서다. 본엔젤스가 후속투자를 하는 회사는 성공확률이 높은 회사, 아닌 곳은 실패 가능성이 큰 회사로 오해할 수 있다. 다만 후속 투자자와 창업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는 지분율에 따라 자동으로 후속투자를 진행하기도 한다.

-본엔젤스를 창업했지만 최근 고문으로 물러났다.

▶만일 장병규가 없어도 본엔젤스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 성공률이 높은 파트너들이 본엔젤스 안에 많이 있다. 본엔젤스가 지속 가능한 자생력을 갖추면 유의미한 사회적 가치가 있는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본엔젤스는 수억원 안팎의 종자돈을 지불하는 국내 최초 초기 스타트업 투자·지원 기업이다.)

장 의장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남과 다른 길을 겅러도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이기범 기자
-예비 창업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얼마 전 KAIST에 한 세미나가 있는데 주제가 ‘리스크 없이 창업하기’더라. 위험요소 없는 창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주제가 먹히는 건 그만큼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요즘 학생들의 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남들과 다르게 살지 말라고 강요하는 교육 현실과 미흡한 사회 안전망, 턱없이 부족한 청년 일자리 등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남들과 좀 다르게 살아도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의 조언과 정보를 충분히 경청하되,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좀 다른 길이라도 뚝심 있게 걸어가길 바란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등 새정부가 스타트업 육성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창업 기업의 규모나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해 투트랙 규제 정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현재도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에 따라 정부 규제에 차등을 둔다. 스타트업 역시 각각의 환경과 사업분야 등을 고려해 부작용보다 사회적 이익이 큰 분야는 과감히 규제를 풀고, 대신 사회적 파장이 큰 분야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1990년대 벤처 버블은 부작용도 컸지만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 넥슨 등 걸출한 벤처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꺼번에 규제를 없애거나 강화하긴 쉽지 않다. 규제를 이원화해 산업 혹은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때까지 규제를 풀고, 이후 상황에 따라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인공지능, IoT 등 신기술 등장에 따른 사회의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IT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나.

▶1995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Being Digital’(한국 출판명 ‘디지털이다’)라는 책을 발간했고 빌 게이츠도 ‘생각의 척도’라는 책을 냈다. 이들의 생각을 관통하는 것은 기존 아날로그를 ‘0101(2진법)’으로 전환하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나 IoT 등 최신 기술도 큰 의미에서 디지털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서버·통신·장비 기술 및 비용의 한계가 있었던 IT 기술이 가성비를 갖추게 되면서 기존 아날로그 산업의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많은 일자리를 로봇이 대신하게 된다. 물론 이를 상쇄할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이와 별개로 부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사회적 갈등과 부익부 빈익비는 심화될 우려가 있다. 그 충격을 막기 위해 기업들에게 거둔 세금으로 안전망을 강화하고, 부를 재분배하기 위한 전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블루홀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이 게임은 아직 정식 출시 전인 '얼리억세스' 단계임에도 5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제공= 블루홀 제공
-사업 얘기로 돌아가자. 블루홀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가 화제다.

▶대박을 넘어 초대박이다. 우리가 처음 기대한 것보다 더 큰 호응을 받았다. 미래 가능성도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은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운이 좋은 측면도 있다. 큰 호응을 해주는 이용자들께 감사드린다.

-블루홀의 성장 방향이 있나.

▶블루홀의 모토는 ‘제작의 명가’다. 제작에 방점을 두고 필요하다면 자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블루홀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게임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넘어 게임 장르를 개척하고,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블루홀이 자동차라면 게임개발은 엔진이다. 게임 개발 외에 조직구성, 글로벌 역량 등 갈 길이 멀다. 향후 엔진을 제외한 모든 구성품의 변화와 업그레이드에 나설 계획이다. 다 바꿀 생각이다. 특히 북미·유럽·중국·일본 등 규모가 큰 시장에서 통하는 체질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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