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편성 요건' 공방…숙제 남긴 추경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17.07.22 12:22

[文정부 첫 추경]추경 편성 요건 두고 여·야·정 모두 문제 의식, 국가재정법 개정 논의 개시할지 주목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2017년도 추가경정예산안 등이 상정된 후 의사국장의 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2017.7.22/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밀어붙인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4월 12일 경제 비전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추경 편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추경 편성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에게 있어 추경은 핵심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임기 초부터 추진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었다.

당시 경제수장이었던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식은 달랐다. 그는 4월 27일 "연초 경제가 너무 나빠 추경을 편성해 선제 대응하라는 요구에 1분기 경제지표를 봐야 한다고 답했다"며 "경기 대응용 추경의 필요성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0.9%)를 당초 예상인 0%대 중반보다 높게 발표한 날이었다.

유 전 부총리 발언은 일자리추경이 새 정부의 몫이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완곡한 반대로도 해석됐다. 한국 경제가 재정을 추가 투입할 만큼 어려운 시기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문 대통령과 유 전 부총리 간 인식 차는 추경 편성 요건에서 비롯됐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 △대규모 재해(자연재난·사회재난)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이 발생할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과 유 전 부총리는 각각 대량실업, 경기침체 조항을 강조하며 찬·반 논리를 쌓았다.

대선 결과가 나오자 예산 편성 주체인 기재부는 입장을 선회했다. 문 대통령 취임 3일째인 5월 12일 기재부는 매달 내놓은 한국 경제 평가(경제동향)에서 "고용의 질적 개선이 미흡해 추경 등 적극적 거시정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재부는 일사천리로 추경안을 만들어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했다. 문 대통령 공약보다 1조2000억원 많은 11조2000억원으로 추경안을 짰다.

국회에선 추경 심사 때마다 편성 요건을 두고 벌인 여야 대립이 또 벌어졌다. 자유한국당 등은 유 전 부총리와 같은 주장을 더 강하게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며 받아쳤다. 당장 2015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국가재정법에 어긋난다고 반대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 심사 때와 공격·수비만 바뀐 모습이었다.


이번 추경의 적절성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 온도 차가 있었지만 국가재정법 개정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추경 편성 요건을 손질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기재부 출신인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추경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추경안은 국가재정법 법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데 정부가 이번엔 미흡했지만 다음에 법을 고치겠다고 밝히는 게 협치"라고 말했다.

정부도 야당 주장이 일리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추경 심사 과정에서 "추경 편성 요건 때문에 그동안 국가재정법 개정 필요성이 많이 제기됐다"며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 논의를 하면 적극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개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 취임 전 입장에서 달라졌다. 여당 역시 추경 통과와 엮지 않는 조건 아래 국가재정법 개정에 동감했다.

국가재정법은 2006년 새로 제정되면서 추경 편성 요건을 '원칙적 금지' 방식으로 강화했다. 사실상 모든 경우에 추경이 가능토록 규정한 예산회계법을 폐지한 결과였다.

2006년 국가재정법은 전쟁,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을 제외하고는 추경을 편성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2009년 국가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추경 편성 요건은 완화됐다. 요건에 해당할 경우 추경이 가능하도록 한 '제한적 허용' 방식을 채택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