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파트촌 탈바꿈" 별천지 꿈꾸는 달동네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 2017.07.26 04:02

[르포] 서울시-SH공사 철거·재생 추진…서울 중계 백사마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위치도/사진=머니투데이 DB
“이번엔 틀림없이 재개발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이같이 말하며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낡은 집을 고치지 못하고 사니 불편하다”며 “사업자가 바뀌었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재개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 입구에는 재개발사업자 선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2009년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0여년간 사업이 답보 상태였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전경/사진=홍정표 기자

서울시가 백사마을에 있는 기존 주거환경을 보전함과 동시에 대규모 거주시설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SH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업시행사로 확정되면서 재개발사업이 재개된다.
 
기존 주거지역을 일부 남겨 역사적 의미를 갖도록 보전하고 아파트를 짓는 시도는 서울시에도 처음이다. 기존 주거지역은 보수과정을 거쳐 임대주택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사마을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30-3번지 일원으로 부지면적이 18만8900㎡에 달한다. 과거 지번이 중계동 104번지여서 백사마을이란 애칭을 갖게 됐다. 1960년대 서울지역 개발을 이유로 내몰린 용산·청계천·안암동 판자촌 등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해 정착한 곳이다.
 
이주 당시 정부가 마련해준 집은 99㎡(30평) 남짓한 천막이 대부분이었고 이마저도 넷으로 쪼개 한 집에서 네 가구가 선을 그어 나눠 살았다. 이로 인해 백사마을 집들은 약 26㎡(8평)에서 시작됐고 세월이 흐르면서 이사 간 집을 사서 합치는 과정을 거쳐 현재는 약 52㎡(16평)~66㎡(20평) 규모의 집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현재 1000채가량의 집이 있지만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절반 넘는 집이 비어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전경/사진=홍정표 기자

백사마을 입구에서 골목을 따라 오르니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래전부터 나뉜 골목들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로 이어져 있었다.
 
곳곳에 낡은 대문과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주택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집들이 골목길을 따라 즐비했다. 바람에 지붕이 날아갔는지 두꺼운 비닐 등으로 지붕을 동여맨 집도 많았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아직도 수백 명이 거주한다.
 
서울시와 SH공사는 내년 4월 정비계획 변경을 고시하고 2019년 사업시행인가와 2020년 관리처분계획인가, 2021년 이주 및 철거를 거쳐 2024년 이곳에 2000여가구의 최신 주거단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엔 1700여가구의 신규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었지만 추가 건설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건축가구 수를 늘릴 방침이다.
 
주민 B씨는 “이번에는 개발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같다”면서도 “동네에서 가시적인 변화의 모습이 보이기 전까지는 주민들이 무덤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몇 번에 걸쳐 재개발사업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주민 C씨는 “이곳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세입자라서 개발이 본격화하면 이주 등을 걱정하는 이가 늘어날 것”이라며 “직접 거주하는 집주인들도 개발 소식을 반갑게 생각하긴 하지만 최소 2억~3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소식에 걱정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전경/사진=홍정표


SH공사는 집주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기가 높은 중소형 규모 위주로 아파트를 지어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세입자들에게는 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등의 거주안정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가 모든 사업을 주관하지만 아파트 건설 등에 직접 나서진 않고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해 일대를 브랜드 아파트로 조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사마을 재개발이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 과거 개발이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에 아직 큰 움직임은 없지만 1억원 내외로 투자할 수 있는 소형 매물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미 웃돈(프리미엄)도 수천만 원이 붙어 시세가 3.3㎡당 1000만~1100만원을 형성한다.

지분 크기가 커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66㎡ 이상 매물은 수년간 자금일 묶일 가능성이 커서 인지, 아직 웃돈 없이 3.3㎡당 8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D 관계자는 “SH공사가 시행사로 확정되면서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며 “초기 투자금이 적은 작은 규모의 주택과 나대지를 찾는 이들이 많아 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재개발로 지어지는 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규모가 전용 24㎡이고, 작은 지분을 가진 조합원이라도 부담금을 내면 해당 평형은 받을 수 있다”며 “3.3㎡ 당 감정평가액이 현 시세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52㎡(16평) 매물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뀌띔했다.

이곳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 지역 부동산을 이용한 금융권 대출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전세도 거의 없고, 있어도 1000만원 정도여서 최근 유행하는 갭투자는 사실상 어렵다.

공인중개소 E 관계자는 “전세금도 거의 없고, 빈집도 많아 투자시 대출 등을 이용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보유 자금만으로 투자해야 돼 작은 규모의 매물에만 웃돈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빈집도 많아 개발 과정에서의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투자바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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