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가 王'…弱달러에 신흥국 투자 매력 '쑥'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7.07.22 15:50

신흥국 통화 강세·변동성 감소 원인…브라질·러시아 투자에는 경고등

싱가포르 중심가의 한 환전소. 최근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변동성이 줄면서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AFPBBNews=뉴스1
글로벌 금융시장에 신흥국 통화를 대상으로 하는 '캐리 트레이드'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와 변동성 축소로 투자수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보장되는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과거 일본에서 저금리에 실망한 사람들이 엔화를 들고 해외 투자에 나서면서 널리 알려졌다. 일반 주부들까지 투자행렬에 동참하면서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최근 투자보고서에서 "낮은 변동성과 달러 약세로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는 상황은 캐리 트레이드에 최적의 환경"이라며 "(수익률은) 캐리가 여전히 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캐리 트레이드 활성화의 배경은 달러 약세다.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는 연초 대비 9% 가량 하락했다. 소비지표 부진으로 금리 추가 인상 기대감도 약해지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축소를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를 보인 것도 달러 하락의 원인이 됐다. 캐나다는 지난주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렸고 호주 중앙은행(RBA)도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연금리(중앙은행의 금리 목표)를 현재보다 2%포인트 높은 3.5%라고 명시했다.


신흥국 통화는 반대로 강세다. 달러 대비 호주달러 가치는 최근 2주간 4% 가량 오르면서 2015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호주중앙은행(RBA)이 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한 데 이어 고용 지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강세를 나타냈다. 브라질 헤알도 이번주 2% 올랐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1.9% 상승했다.


FT는 "(신흥국 통화 강세는) 달러 약세가 외환시장의 중요한 동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저금리로 조달한 막대한 달러화 자금이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23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변동성도 투자자들이 자신 있게 신흥국 자산 투자에 나서는 배경이 되고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20일 9.58로 1993년 12월 23일 9.48을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데렉 할페니 유럽 미츠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글로벌마켓 리서치 대표는 "주요국 통화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지수가 지금처럼 낮은 경우는 1999년 이후 3차례에 불과했다"며 "불안을 유발할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은 최고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무차별적인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경고 신호도 나온다. 브라질 헤알, 러시아 루블, 인도 루피 등에 투자해왔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이들 국가에 대한 추천을 8개월 만에 최근 철회했다. 이들 통화가 더 이상 오를 여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대신 "멕시코 페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터키 리라의 캐리 매력은 여전히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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