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최대의 적은 비. 하지만 40년 역사가 자랑하는 홍콩의 오션파크는 달랐다. 가랑비와 소나기가 교차로 이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수백 명의 관광객은 개장 한 시간 전부터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한국의 에버랜드보다 작고, 롯데월드보다 흥미가 떨어져 보이는 이곳에 내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관광객이 몰려드는 비밀을 밝히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디딜수록, 한 계단 오를수록 오션파크는 점입가경의 미학을 선보인다. 이곳의 최대 매력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가 보여줄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만나는 풍경에선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1977년 오션파크가 개장할 때부터 세워진 케이블카를 타면 산과 바다(남중국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어트랙션을 탈 때 느끼는 쾌감은 산과 바다를 지배하는 ‘자연의 신’이 된 듯한 기분과 맞먹는다. 시속 88km 속도로 내달리는 롤러코스터 ‘헤어 레이저’, 360도 회전하는 ‘플래시’는 이 경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빠뜨려선 안 될 목록 1호다.
12개 어트랙션으로 시작해 현재 85개까지 늘어난 놀이기구에는 ‘자연’이라는 아날로그 향기를 머금고 있다. 마티아스 리 오션파크 사장은 “세계 다른 테마파크들이 평지에 설립된 반면, 오션파크는 산을 주축으로 바다를 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어 자연친화적 테마파크라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션파크는 단순한 놀이공원 이상의 의미와 가치 전달에도 주력한다. 리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차별화 포인트는 동물 보전과 자연 보호. 이곳에서 동물을 향한 시각은 ‘인격적 대우’ 그 자체다.
이를테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수달과의 하이파이브’ 행사에 참석했는데, 수달이 ‘기분이 별로'라는 이유로 행사는 곧바로 취소됐다. 자이언트 판다를 직접 만나 먹이를 주는 행사도 이 테마파크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행하는데,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의복을 고치고 예를 갖춰야 한다.
오션파크의 동물은 우리에겐 익숙한 반려 동물의 개념이 깊숙이 배어있다. ‘턱시도’라는 식당에 들어서면, 작은 펭귄 수십 마리가 대형 수족관에서 갖은 애교를 부리고, 또 다른 식당인 ‘넵튠 레스토랑’에선 5000여 마리 물고기가 고객을 반긴다. 일반 테마파크에선 보기 드문 풍경인 데다, 식사도 일품이다.
오션파크가 올해 개장 4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 여름 이벤트 ‘썸머 스플래시 2017’은 아이들을 위해 마련됐다. 유명한 조각가 레이 빌라판이 촘촘하게 만든 각종 모래 작품은 실물 같고, 목욕할 만큼 쏟아지는 비누 거품 풀장은 아이들의 천국 같은 곳이다. 고무 장난감 회사 ‘엘티덕’과 협업한 6500개 오리 인형 풀장도 아이들의 시선을 고정할 만하다. 이 이벤트는 8월 27일까지 열린다.
이곳을 찾은 에스텔 유(여·15)는 “(홍콩) 디즈니랜드보다 싸고 알차게 놀 수 있는 게 많아 자주 찾는다”며 “올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무상으로 내준 부지에 홍콩마사회 기부금으로 만들어진 오션파크는 비영리법인에 걸맞게 즐기는 테마파크 이미지를 넘어 교육과 자연 보호 등에 역점을 두며 발전해왔다.
마티아스 리 사장은 “오션파크는 지난해 자연 및 야생 보호재단에 17억 원 정도 기부할 만큼 사회공헌 활동에 주력한다”며 “우리 테마파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물놀이 시설이 없었던 오션파크는 캐리비안베이를 모델로 한 워터파크를 2019년 개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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