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희로애락, 오선지에 일기썼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7.07.19 05:30

[피플]'싱어송라이터' 대우건설 이민제 대리…"프러포즈도 내 노래로, 직장인 힘되는 음악할 것"

대우건설 이민제 대리. /사진=본인제공

대형 건설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음반을 냈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건설현장에서 요구하는 강한 체력과 인내심, 고도의 숙련기술 같은 것들이 음악이라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작업과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의 모든 희로애락이 음악의 소재가 돼요. 오히려 현장에 있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 같은 감정이 음악에 더 잘 표현되죠.”

지난 14일 서울 대우건설 본사에서 만난 이민제 대리(35·사진)는 편견과는 달리 건설현장에서의 경험이 음악 활동에 영감을 준다고 설명한다. 그는 입사 10년차 직장인이지만 틈틈이 음악활동을 하면서 12곡, 8개의 싱글을 발표한 가수 겸 작곡가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했는지 궁금했다. 노래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작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음악적 재능이 있어야 하는 작업을 본업이 아닌 순수한 취미로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대리는 뮤지션과 다소 거리가 있는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스스로 노래를 잘 부른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앨범까지 낼 생각은 못했다. 음악과의 인연이라곤 학군단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밴드 보컬을 했다는 정도다.
 
서울 유명대학의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가장 흔한 진로인 건설사 입사를 택했다. 2008년 신입사원의 필수코스인 OJT(직장 내 교육훈련)를 받기 위해 떠난 카타르 현장에서 일종의 전환점을 맞았다. 연말에 열린 ‘한인의 밤’ 행사에서 노래로 1등을 차지했다.
 
이 대리는 “이때부터 내가 지닌 음악적 재능을 본격적으로 살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보컬 강습도 듣고 인터넷으로 악보공부도 하면서 작곡하는 법을 익혀나갔다”고 말했다.
 

이왕 음악을 하는 김에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예명을 ‘아이민’(I mean)이라고 지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음악으로 전하겠다는 의지였다.
 
2011년 4월 ‘아이민’으로 첫 싱글을 냈고 2년 뒤 두 번째 싱글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아내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귀 기울여줘요’는 프러포즈할 때 불렀고 ‘이 거리’는 결혼식 때 ‘셀프 축가’로 부른 노래다.
이민제 대리가 2015년 알제리 현장에 있을 당시 발매한 싱글앨범의 재킷 사진. 오른쪽에서 네번째가 이민제 대리. /사진=본인제공

이후 발표한 모든 노래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특히 2014년 8월부터 2년9개월 동안 알제리 현장에 있으면서 쓰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졌다.
 
이 대리는 “아내가 임신 중 파견을 나가서 나도, 아내도 많이 힘들었다”며 “고단한 해외현장에서 아이와 아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음악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위한 노래도 만들었다. 2015년 10월에 발표한 ‘더 라스트 위너’(The Last Winner)다. 발라드 위주였던 기존 음악과 달리 록 장르로 만들었다.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노래는 주로 오전 근무하기 전 체조를 하기 위해 모이는 동안에 배경음악으로 활용됐다. 일종의 노동요인 셈이다.
 
음원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한 달에 커피 한 잔도 못 사먹는 수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싱글 하나 작업하는데 300만~400만원 드는 것을 고려하면 손해 보는 장사다. 그래도 회사 행사나 결혼식 축가 등으로 자신을 찾을 때마다 음악을 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 대리는 앞으로도 자신의 이야기, 더 나아가 자신과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할 계획이다. 이 대리는 “내게 음악은 일기를 쓰는 또다른 방식”이라며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힘이 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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