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숨 쉴 틈이 없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7.19 06:31

[히스무비] ‘덩케르크’…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선보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직접 경험’

이 천재 감독의 놀라운 재능은 생애 처음 도전한 실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인셉션’,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데뷔 20년 만에 처음 메가폰은 잡은 실화 ‘덩케르크’ 얘기다.

전쟁영화들이 으레 지니는 ‘과다하게’ 휩쓸리고, 화려하면서도 광활한 장면은 이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장면의 편린들 모두 우리 삶의 그것이듯 직격탄처럼 와 닿고, 뭉뚱그려 넘어가는 법 없이 모든 순간이 ‘내 경험의 일체화’를 선사한다.

관객은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어뢰를 맞은 배 안에서 숨 가쁘게 탈출하는 병사의 허우적거림을, 얕은 수심에 뜨지도 못한 배 안에서 총알을 피하는 두려움을, 추락한 전투기 덮개를 열지 못해 차오르는 물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조종사의 분투를 실시간으로 체험한다.

반세기가 훨씬 지난 ‘나’와 관계없어 보이는 전쟁의 기록들이 전율을 넘어 ‘내 삶’일 수 있다는 뼈저린 체험을 안기는 놀란 감독의 이번 실험은 꽤 성공적이다. ‘과학’을 알아야 한다며 ‘인터스텔라’에 열광했던 관객은 이번에 ‘전쟁’과 ‘역사’를 알기 위해 이 한편의 서사시에 몰입할 게 틀림없다.

영화는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의 탈출 작전을 그렸다. 조국이 불과 42km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6m 조수로 영국 구축함이 구출에 어려움을 겪자 민간 선박과 소함대가 군인을 구출하기 위한 ‘다이나모 작전’을 펼친다. 탈출 과정에서 겪는 혼비백산 상황과 더불어 잔잔한 감동이 교차적으로 이어진다.


시간의 재구성에 뛰어난 편집 능력을 자랑하는 놀란 감독은 이번 실화에서도 이를 통해 극적 긴장감과 몰입감을 제대로 투영한다. 해변에서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하늘에서 한 시간을 각각 연결해 고립된 상황에서의 긴박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인기 스타 대신 무명 배우 중심으로 꾸린 것도 특정인의 영웅담이 아닌, 보통 사람의 체험기를 통해 관객의 직접 체험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장감을 더욱 높이는 수단으로 감독은 당시 전쟁에서 사용한 실제 소품들을 대부분 조달했고, 천재 음악감독 한스 짐머를 통해 디지털 장치로 가장 원색적인 아날로그 소리를 구현했다.

퇴각 과정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에는 인간의 선과 악이 공존한다. 허겁지겁 빵 한 조각 들기 무섭게 들이닥친 어뢰로 갇힌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한 동료의 희생정신이나 무거운 배에서 ‘내려야 할’ 사람을 지정하기 위해 벌이는 토론에서 드러난 인간의 이기심은 모두 우리 삶의 원형이다.

감독도 강조했듯, 영화는 IMX관에서 봐야 재미가 남다르다. 질퍽한 소리, 아날로그의 입체감, 인물의 세세한 표정에서 지금 ‘그곳’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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