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꼬마 돼지 베이브'라는 영화가 인기를 모았고 최근에는 '옥자'가 인기를 끌고도 있지만, 요즈음 돼지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분도 은근히 많아 보인다.
어릴 때 너무 귀엽고, 주는 대로 잘 먹고, 눈도 선하게 생겨서일까? 사실 진료하다 보면 돼지들이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강아지보다 지능이 낮을 거란 편견과 달리 돼지는 알고 보면 대소변도 잘 가리고 보호자 말을 잘 알아듣기도 한다.
하루는 예쁜 얼굴의 돼지가 하네스(애완동물의 가슴줄)를 하고 젊은 부부와 함께 총총걸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부부는 돼지에게 발정이 왔는데 혈액과 농 같은 분비물이 보인다고 했다. "방사선 검사나 분비물을 검사해봐야 합니다"라고 말씀 드렸더니 몸무게가 40㎏ 가까이 돼서 검진이 어렵지 않겠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돼지의 몸무게와 몸부림 때문에 기기가 부서질 뻔한 해프닝이 예전에 있었다고 한다. 우선 기본검진만 한 후 돼지를 진정시켜 CT 촬영, 초음파 촬영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진단이 나오는 대로 중성화 수술을 하기로 했다. 부부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해 보였고 돼지를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돼지는 무혈발정동물이다. 이 말은 발정기에 출혈이 없다는 뜻이다. 혈액 같은 삼출물이 나온다면 생식기(자궁이나 난소)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된다. 그래서 반려돼지들도 반드시 어릴 때 암컷 중성화 할 것을 권한다. 성돈이 되면 그만큼 수술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돼지는 3주마다 발정이 오는 동물이다. 1년에 두 번 오는 강아지와는 크게 다르다. 발정이 올 때마다 호르몬 대사가 바뀌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중성화를 추천 드린다.
최근 반려동물의 폭이 늘고 있다. 닭, 메추리, 식용달팽이, 거미, 고슴도치, 기니피그 등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낯설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흔히 말하는 애완동물을 넘어서서 어떤 분들에게는 가족의 일부로서 큰 의미를 주는 존재들이다.
1. 아기 때 기억으로 작은 모습만 생각하시는 분. 미니돼지가 40~50㎏까지 크기도 합니다. 2. 좁은 곳은 좋지 않습니다. 마당이 있어야 좋아요. 아파트에서는 키우기 어렵습니다. 3. 돼지도 은근히 털이 있고 각질도 있습니다. 알레르기가 심한 분들은 이 점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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