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잘 노는 아이가 해답"

머니투데이 캘리포니아(미국)=방윤영 기자 | 2017.07.19 06:03

[창간기획-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⑤-2. 크리스 로존 UCLA 박사 인터뷰

편집자주 | 2~3살짜리를 위한 사교육이 등장했다. 유치원때 한글은 물론 영어 학습도 기본이다. 초등학생부터는 학원에 시달리는게 일상이다. 시간이 있어도 만만치 않다. 공공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해 놀이도 비용이다. 어느덧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는 사라졌다. 반면 선진국들은 점점 놀이에 주목한다. 잘 놀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는걸 깨달은 결과다. 특히 자율과 창의, 융합이 생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놀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놀이의 재조명이 절실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후안 '세인트 마거릿 에피스코펄 학교' 유치원장 크리스 로존 /사진=방윤영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미국은 '놀이 기반 교육'(Play-based learning)에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후안 '세인트 마거릿 에피스코펄 스쿨' 유치원 교장인 크리스 로존(Cris Lozon)은 "창의적 인재는 'What if~?'(~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며 "놀이는 '이렇게, 저렇게 해볼까?' 시도하는 경험으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고 말했다. 로존 교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심리학과 어린이 교육 발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존 교장은 "아이들이 블록 놀이를 하다 블록이 땅에 떨어지면 '이건 왜 떨어지지?'하는 궁금증을 갖는다"며 "자연스럽게 중력에 대해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이 안 떨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증에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고 결국 '균형'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놀이 기반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2-5세 아이들은 한 번에 한가지씩 구분해 배우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로존 교장은 "아이들 수학, 언어, 과학을 나눠서 개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숫자 1은 한 개를 의미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신 통합적으로 배울 수 있다. 예컨대 연극 놀이를 할 때 스스로 대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언어를 배운다. 여기에 '2분짜리 연극을 만들자'는 상황을 더하면 시간과 숫자에 대한 감각을 익힌다. 연극 놀이를 하면서 언어와 수학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새 과학적 원리와 사회성, 예술적 감수성 등을 융합적으로 배울 수 있다.


이때 선생님의 역할은 '관찰자' 혹은 '보조자'다. 로존 교장은 "아이들이 보드게임에서 주사위를 던질 때 4를 5로 읽는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고 '아직 숫자를 못 세는구나'라고 알게 된다"며 "다음 수업시간에 그 아이에게는 숫자 세는 법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산후안의 '세인트 마거릿 에피스코펄 학교' 유치원은 한 가운데에 야외 놀이터를 만들어놨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배치한 구조다./사진=방윤영 기자
놀이에 인색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자 로존 교장은 "놀이가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뇌 관련 연구에서 이미 검증됐다"며 "실제로 아이들이 놀 때 더 많이 배우고 창의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핀란드 아이들은 만 7세까지 학교에 다니지 않고 놀게 하지만 문맹률이 가장 낮고 창업국가로 우뚝 서지 않았느냐"며 "지금 당장 놀이 기반 교육의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나중엔 큰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정부차원에서 놀이 기반 교육을 정책으로 추진하는 곳은 아직 없다. 하지만 놀이 기반 교육의 중요성과 효과를 아는 학교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라고 로존 교장은 설명했다.

로존 교장은 "미국 학부모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놀이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 학교가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미국 교육의 새로운 도전은 체계적인 놀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며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놀면서 배우는 학교'라는 인식이 생기면 학부모도 믿고 아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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