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의상'으로 떴지만…낮에는 학원-밤에는 작업"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7.07.18 06:39

[인터뷰] 김정숙 여사 '푸른 숲' 재킷 그림 그린 정영환 작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벽과나사이갤러리에서 만난 정영환 작가. /사진=구유나 기자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방미 일정에 전 국민의 눈이 쏠린 그때, '푸른 숲'이 눈에 들어왔다. 경기도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견 작가 정영환(47)씨는 영부인의 방미 의상에 그림을 새기면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17일 서울 마포구 벽과나사이갤러리에서 그를 만나 '그날'의 감동과 '다른 날'의 희망에 대해 다시 얘기를 나눴다.

정 작가는 김정숙 여사의 '패션 외교' 주역으로 떠올랐다. 김 여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미 길에 오르면서 입은 하얀 재킷 덕분이다. 파란색 메타세쿼이아와 향나무가 가지런히 그려진 그림은 정 작가의 '그저 바라보기-휴(休)' 시리즈 중 하나로, 2015년 양해일 디자이너와 협업한 작품이다.

"아직도 이 일을 언급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전환점이라기보다는 큰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됐어요. 계속 작품을 그리고 고민하다 보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죠."

정영환_그저 바라보기-떠난 그 후_112.1x162.2cm_oil on canvas_2017/사진제공=정영환


작가는 아내의 미술학원 운영 일을 틈틈이 도우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반(半) 전업 화가'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토대로 작품 활동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작업실도 미술학원 옆에 딸린 공간이 아니라 경기도 안성에 좀 더 넓은 곳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런 그를 부러워하면서도 우려하는 지인들이 많다.

"미술에 전업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해요. 아내가 학원을 도맡아 운영하면서 그나마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지만 생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죠. 올해 아이가 8살인데 7년 동안은 우리가 키우질 못했네요."


2010년에 '그저 바라보기' 시리즈, 즉 '푸른색 자연'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작품 활동에 힘이 실렸다. 계기는 단순했다. 현대미술은 늘 난해하고 거창한 게 아니라 '초록'의 자연을 '파랑'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현실을 변주하는 힘을 지녔다는 것, 또 인간은 거대한 자연을 통해 소소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사실 아버지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지 15년이 지났어요. 어머니는 계속 병수발 중이시죠. 저희 형제가 경기도 양평에 작은 집을 한 채 마련해드리면서 '이곳의 산과 들을 보면서 소생할 수 있는 희망을 찾자' 같은 말들을 했어요. (그림은) 대중뿐만 아니라 제게 던지는 위로이기도 한 셈이죠."

올해 8월에는 벽과나사이갤러리에서 6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그저 바라보기'라는 대 주제 아래 작품 20~27점을 선보인다. 대부분이 캔버스 100호 정도의 대형 작품이다. 특히 능수버들나무를 그린 신작 '떠난 그 후'(부제)에는 작가의 애정이 가장 많이 담겼다.

정 작가는 "TV에서 능수버들나무 밑에 쓸쓸하게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업했다"며 "사람은 지워지고 나무만 남은 그림을 보면서 떠나간 것에 대한 여러 감정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뭇잎 하나하나를 그리는 작업이 무척 힘들어요. 어떨 때는 붓을 꺾고 던져버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작가가 괴로울수록 사람들에게 더 좋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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