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하나 가입했더니 시험 치듯 질문, 소비자는 왕짜증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7.07.28 04:53

해피콜에 단답형·선택형 질문 추가, 이달부터 시범운영…질문 많고 어려워 역효과 논란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제대로 알고 가입했는지 확인하는 ‘해피콜’ 제도에 단답형 주관식과 선택형 객관식 질문이 추가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 동안은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만 물어봤으나 질문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져 마치 어려운 시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

2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달 초부터 단답형과 선택형 질문이 추가된 새로운 해피콜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해피콜은 고객이 보험에 신규 가입하면 상품에 대해 잘 알고 가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험사가 전화로 주요사항에 대해 질문하는 제도다.

그동안은 질문이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34개 항목으로만 구성돼 있었는데 바뀐 해피콜에서는 ‘예, 아니오’ 문항이 29개로 준 대신 단답형 5개, 선택형 10개가 추가됐다. 문제는 단답형과 선택형 질문이 추가되면서 소비자들이 보험의 주요 내용을 외우고 있거나 계약서를 찾아가며 답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가입 후 1년 이내에 암 진단시 보험금의 50%만 지급한다는 설명을 들었는가’라고 물으면 ‘예’라고 대답하면 됐다. 하지만 바뀐 해피콜 제도에서는 ‘가입 후 몇 년 안에 암 진단을 받으면 보험금의 50%만 지급되는가’라고 묻고 고객은 정확히 ‘1년’이라고 답해야 한다. 암보험의 면책기간에 대해 설명을 들었더라도 소비자가 헷갈리지 않고 대답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체 질문이 늘고 대답하기 어려워진 만큼 통화시간도 늘어난다. 기존에는 5분 정도면 질문을 완료할 수 있었지만 바뀐 해피콜 제도에서는 10분 이상 통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범운영 결과 질문이 늘어남에 따라 상담원이 질문을 읽는 시간만 보장성보험이 2~3분, 저축성보험이 1~2분 증가했다. 단답형 질문에 대한 소비자의 답변과 상담사의 추가 설명 등을 고려하면 해피콜 시간은 현행 대비 최소 5분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장시간 통화로 소비자의 집중력이 떨어져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길어진 해피콜 통화로 소비자들이 오히려 보험의 중요사항을 간과하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오는 9월까지 3개월간 바뀐 해피콜 제도를 시범운영한 뒤 개선방안을 금융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다. 생명보험협회는 새로 바뀐 해피콜 제도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를 꾸렸고 손해보험협회도 각사별로 시범운영 현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취지대로 해피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질문 개수를 줄이고 핵심 내용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해피콜 제도가 불완전판매를 줄인다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운영되려면 가입 상품에 대한 핵심내용만 질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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