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7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은 2.8%, 물가상승률은 1.9%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망에 정부 추경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계획대로 추경이 집행된다면 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 4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6%로 1월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였다. 이어 7월에는 0.2%포인트 추가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수정 경제전망에서 2회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은 2010년(4.6%→5.2%→5.9%) 이후 7년 만이다. 연간 4회로 경제전망 횟수를 늘린 2012년 기준으로도 처음이다.
상반기 수출이 반도체 등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였고 건설·설비투자도 좋은 흐름을 나타낸 결과다.
성장률 수치만 본다면 이전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추경이 집행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2%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2014년(3.3%)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아직 내수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다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0.4%로 5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해외소비 증가율(12.0%)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소비 증가율은 –0.3%로 2015년 2분기(-0.7%) 이후 7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식료품, 담배 등 비내구재와 의복, 가방 등 준내구재의 소비가 모두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최근 국제유가도 예상과 달리 배럴당 50달러를 밑돌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 물가안정목표제(2.0%)를 밑도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내수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따라서 한은이 정부 추경, 가계부채 관리 대책 등의 정책 효과를 지켜본 뒤 기준금리를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 이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밝힌 통화정책 완화정도 축소는 향후 경기개선이 뚜렷해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며 어떤 시기를 염두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그런(금리인상) 방향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 성장률 상향 조정에도 연내 금리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주열 총재가 내놓은 매파적 발언에는 '새정부 정책이 경기개선을 뚜렷하게 만들 경우'라는 가정이 들어가 있다"며 "추경 등의 정책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연말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 전망이 3%대 수준을 회복하는 것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이 3.0% 수준으로 상향된다면 시장에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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