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리스서 카드리스 시대로…마음을 읽고 눈으로 결제한다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7.07.13 04:32

[2025 금융의 미래-새로운 금융이 온다]<3>위기의 신용카드

요즘 지갑에 지폐 한장 없는 사람이 꽤 있다. 카드 하나면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니 현금이 필요 없다. 동전 생기는 것을 꺼려 소액도 카드 결제를 선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 결제는 13.6%에 그쳤다. 그야말로 현금이 사라지는 머니리스(moneyless) 시대다.

머니리스 다음엔 카드리스(cardless)다. 이미 휴대폰에 결제 앱을 깔아 플라스틱 카드조차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모바일카드 보유 비중은 지난해 12.1%에 그쳤지만 이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며 모바일카드가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할 전망이다. 카드리스는 실물 카드의 소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아 신용 결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신용카드 결제 모델조차 위협받고 있다.

전체 금융업권 중 기술의 발달로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유일한 산업이 카드산업이다. 기술 발달로 전 산업에서 중개자 없는 직거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결제 중개라는 카드사의 사업모델 자체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신용카드는 한달 정도 무이자 선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같은 장점조차 무색하게 만들만한 새로운 신용 결제 방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 2025년에도 카드산업은 독자적인 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어떤 카드사가 살아남을지 상상해봤다.



◇IT회사도, 유통회사도 결제서비스… 입지 좁아지는 카드사=전 세계 200개국 이상에서 카드 결제 서비스와 지불 결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비자는 올초 ‘지불수단의 미래’(the future of payment)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미래의 결제 환경은 다양한 상거래 방법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혁명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빅블러‘란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기존에 존재하던 업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카드사는 결제 영역에서 IT(정보기술)회사와 유통회사들의 거센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미국 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자체 충전 가능한 로열티 카드로 벌어들이고 있다. 로열티 카드로 결제하면 스타벅스는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모바일 간편송금의 등장으로 계좌 이체를 통한 결제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도 주목할만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함께 밥을 먹고 한 사람이 결제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돈을 송금해준다. 보안카드와 공인인증서 등 복잡한 인증절차 없이 상대방 휴대폰 번호만 알면 간단히 돈을 보낼 수 있다.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간편송금으로 카드사의 결제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대표적인 IT 기반의 회사다.

최근에는 카드 결제가 어려운 벼룩시장에서도 현금 없이 물품 구매가 가능하다. 판매자 계좌로 그 자리에서 즉시 돈을 송금하면 된다. 이 같은 간편송금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불카드 사용이나 거의 같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카드 수수료가 없어 훨씬 유리하다. 소비자의 소득공제와 판매자의 탈세 방지를 위한 자동 현금영수증 발급 기능이 개발된다면 계좌간 간편송금을 통한 결제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카드가 필요 없고 전표를 매입·정산하는 카드사의 프로세싱 역할도 필요 없어진다.

크리스 본시미노 비자 아시아·태평양 디지털솔루션 수석부사장은 “미래의 결제 방식은 더 이상 플라스틱 카드로만 제한되지 않는다”며 “카드사는 지금부터 내부적으로 혁신 기회를 모색하고 은행 등 제3자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면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를 지탱하는 수익모델, 가맹점 수수료 없어지나=스타벅스 같은 유통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IT회사들이 간편송금을 비롯한 새로운 결제 수단을 선보인다면 카드사의 주 수입원인 가맹점 수수료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지금은 가맹점 수수료가 계속 인하돼 어렵지만 4~5년만 미래를 바라보면 다양한 결제 수단들과 경쟁하면서 가맹점 수수료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 이외에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가 가맹점을 대신해 소비자로부터 외상대금을 회수하고 결제 전산망을 관리하는 대가로 받는 돈이다. 하지만 간편송금이 더 확산되면 직불카드 사용이 줄면서 카드사의 직불카드 수수료 수입은 대폭 줄게 된다. 더 나아가 IT회사와 유통회사가 큰 비용 투자 없이 단기간의 무이자 외상거래를 직접 제공할 수 있다면 가맹점 수수료는 대폭 낮아지거나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이미 국내에는 ‘00페이’를 내걸고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20곳이 넘는다. 간편결제를 제공하는 회사의 업종은 백화점, 통신사, 포털사이트, 스마트폰 제조사 등으로 다양하다. 다만 아직은 카드사의 결제망을 사용하다 보니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미리 등록해야 사용할 수 있고 카드사도 가맹점 수수료를 받고 있다. ‘OO페이’는 결제플랫폼을 제공하고 카드사는 결제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모바일 간편결제 회사들이 결제플랫폼을 이용하는 대가로 카드사에 수수료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앞으로 영향력이 커지면 가맹점 수수료를 분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에 카드를 등록하지 않고도 결제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페이는 은행 계좌와 연동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말 출범하는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페이와 연동해 카드사를 중간에 끼워 넣지 않고 곧바로 결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소비자 마음을 읽는 가상현실(VR) 결제…기술이 살 길=카드사들은 주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는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차원 높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VR 결제 서비스다. 예를들어 VR 안경을 착용하면 미국 뉴욕의 최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을 직접 돌아보며 쇼핑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식이다. 소비자로선 VR 안경만 쓰면 원하는 장소에서 쇼핑하며 결제까지 간편하게 마칠 수 있으니 비용을 낼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초기 단계의 VR 결제 기술을 지난해 선보였다. VR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면 VR 화면에 3D형태의 결제창이 나타나고 소비자가 손동작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면 알리페이에 접속돼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의 역할은 따로 없다.

카드사 관계자는 “미래의 카드산업을 섣불리 예측할 순 없지만 가맹점 수수료 등 전통적인 카드 비즈니스만으로 먹고 살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만 VR 결제 등 새로운 결제시장을 카드사가 선점하게 되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도 카드사가 시도해볼 만한 분야다. 신용카드 챗봇(상담 로봇)이 기존 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해 맛집이나 신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같은 데이터라도 분석하는 각도에 따라 전혀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또 거기에서 새로운 카드 비즈니스 영역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IT회사, 유통회사와 제휴해 생필품이 떨어질 때에 맞춰 생필품을 자동 구매해 결제하는 인공지능(AI) 결제 서비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카드사 한 임원은 “2025년 카드사들은 고객의 소비 성향을 미리 파악해 선호하는 업종이나 상품 등을 소개해 맞춤형 혜택을 주는 서비스를 선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고객의 마음을 읽고 눈으로 결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리스 시대에 발맞춰 생체인식 기술도 더욱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가 지난 5월에 선보인 손바닥 정맥을 활용한 ‘핸드페이’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손바닥만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BC카드도 최근 금융사 가운데 최초로 본인의 목소리를 이용한 보이스 결제 인증 서비스를 구현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결제시장은 타 업권에 비해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어 최첨단 서비스도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편의성과 보안성이 입증된 소수의 서비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카드사들도 생사의 기로에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스트 클릭

  1. 1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2. 2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3. 3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4. 4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다"…유럽 역대급 폭우, 최소 17명 사망
  5. 5 밤중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700만원 달라"... "억울하다"는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