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명' 헌재소장 방치하는 국회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17.07.12 10:57

[the L]

"탄핵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문제가 저는 좀 컸다고 봤습니다."(이선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금 헌법재판관 된다고 하니까 벌써 헌법재판소장 될 생각 하는 것 아니에요?"(박지원 국회 법제사법위원)

지난 3월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재판관은 '헌재의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헌재소장의 임기 문제를 꺼내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이 끝난지 불과 2주일 지난 시점이었다.

이 재판관의 말대로 헌재소장의 임기 문제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뒤흔들 수 있는 이슈였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은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1월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헌재는 '완전체'인 9인 체제가 아닌 8인 체제로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지어야 했다. 탄핵 반대 세력은 8인 체제의 헌재는 탄핵심판 결정을 내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탄핵 결정 후 불복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는 국회가 미리 법을 손 봤다면 막을 수 있는 문제였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는 헌재소장의 임기에 대한 규정이 없다. 단지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 임명하고, 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라는 조항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재판관이 헌재소장이 됐을 때 새롭게 임기 6년을 시작하는지, 재판관 임기 6년 중 남은 기간만 채우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동안엔 관행적으로 남은 임기만 채우는 쪽으로 정리돼왔을 따름이다. 박 전 소장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 상태에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그 역시 '단명' 헌재소장에 머물 수 밖에 없다. 그에게 남은 임기는 고작 1년2개월이다. 현재 국회에는 헌재소장의 임기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법안 1건이 계류돼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 재판관처럼 문제를 제기해봤자 핀잔만 들을 뿐이다.

탄핵심판 도중 박 전 소장이 국회를 향해 던진 고언이 귓가를 맴돈다. "국가적으로 매우 위중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재소장이 없는 상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 조치나 해결책 없이 방치해온 국회와 정치권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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