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는 영화 아닌 현실…한국+中옌볜대 연구진 슈퍼돼지 개발 성공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7.07.08 07:09

[스페셜리포트]한국 식품GM농산물 수입국 세계 1위…자체개발 GM식품 등장 코앞…GMO완전표시제 필요 목소리 높아

/ 사진=영화 '옥자' 스틸컷

"아름답고 이 특별한 동물은 축산업계의 혁명입니다."

영화 '옥자'에 나오는 돼지 '옥자'는 유전자변형으로 태어난 슈퍼돼지다. 슈퍼돼지를 개발해 사육·가공·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의 대표인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는 슈퍼돼지를 "크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사료도 적게 먹고 배설물도 적게 배출하는데 맛도 끝내줄 것"이라고 소개한다.

옥자와 같은 유전자변형 생물체를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고 말한다. 1980년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 생산을 위해 의약품 분야에 먼저 도입됐다.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을 세포 등에 직접 주입하는 유전자변형기술로 만든다.

유전자변형 기술로 만든 농산물과 그 농산물을 가공해 만든 식품을 통틀어 'GM식품'(유전자변형식품)이라고 한다. 생산량 증대, 유통·가공의 편의를 위해 개발됐다.

최초의 GM농산물은 1994년 미국 칼진에서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다. 과일 숙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작용을 막아 출하 뒤에도 오랫동안 싱싱함을 유지했다. GM식품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았으나 유전자변형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마케팅 실패로 판매가 중단됐다.

GM농산물의 상업적 재배는 1996년 미국 몬산토사가 개발한 '라운드 업 레디 콩'(Round-Up Ready Soybean)부터 본격화됐다. 독성이 강해 작물까지 죽이는 제초제 '라운드 업'에도 견딜 수 있게 개발됐다.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병충해에 내성을 가진 '비티 옥수수'(Btmaize)도 미국 FDA와 유럽연합(EU)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며 GM농산물 상품화에 불을 댕겼다.


◇ 우리나라 GM농산물 수입 세계1위…90% 이상 '콩·옥수수'

GM농산물을 재배하는 주요 국가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캐나다, 중국 등이다. 2015년 기준 28개국, 1억7970만 헥타르에서 GM농산물이 재배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농산물 재배면적의 약 50%를 GM농산물이 차지한다.

대표적인 GM농산물은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사탕무, 알팔파 등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중 우리나라 안전성 심사에서 식품용으로 승인된 GM농산물은 2016년 기준 7개 작물(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감자, 알팔파, 사탕무), 147건이다. 감자는 현재 상업적 생산이 중단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GM농산물 수입국이다. 식품용 GM농산물 수입은 세계 1위다. 일본은 대부분 사료용을 수입한다.

2015년 기준 국내에 들어온 GM농산물은 1024만 톤, 식품용 GM농산물은 214만5000톤이다. 이중 옥수수와 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식품용 GMO 수입 승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GM옥수수 111만6000톤, GM콩 102만9000톤이 수입됐다.

이렇게 수입된 GM옥수수는 전분과 전분으로 만든 감미료인 액상과당의 원료로 사용된다. 액상과당은 물엿, 올리고당 등 액체 시럽이나 빵, 과자,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주스, 맥주 등에 들어간다. 소주, 막걸리 등에 들어가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합성 비타민에 들어가는 포도당에도 첨가된다. 이 밖에도 통조림, 옥수수유, 팝콘, 시리얼 등 가공식품으로도 만들어진다.

GM콩의 99% 이상은 콩기름으로 가공된다. 기름을 만들고 남은 콩깻묵은 간장, 된장 등 장류에 사용된다. 콩깻묵에서 단백질과 탄수화물만 걸러낸 분리대두단백은 라면 스프, 튀김, 두부, 두유 등에 쓰인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카놀라유(유채기름)의 50~60%는 캐나다산이다. 이 중 80% 이상은 GM유채꽃씨로 만든 기름이다. 카놀라유는 참치 통조림, 마가린, 마요네즈, 과자, 샐러드드레싱 등에 들어간다.

우리나라가 GM농산물을 수입하는 이유는 곡물자급률이 낮아서다. 2015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50.2%, 사료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3.8%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4일 전북 전주시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중 소속 의원들이 국립농업과학원 GMO 격리온실을 방문해 개발중인 GMO 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 '옥자'가 현실이 된다…벼·고추·미꾸라지 등 GMO 국내 개발 현황

우리나라도 아직 상업화 단계는 아니지만 GMO를 개발하고 있다. 농업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현재 GMO 146종을 연구·개발 중이다.

유전자변형으로 바이러스·해충·제초제 저항성을 갖춘 고추, 혈압을 낮추는 토마토, 노화억제효능이 강화된 들깨를 비롯해 콩, 잔디, 벼 등 14개 작물이 개발되고 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식용 GM동물'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일반 미꾸라지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크기도 더 큰 'GM미꾸라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 '옥자'에 나오는 슈퍼돼지 옥자 같은 유전자변형 돼지도 있다. 우리나라 연구진과 중국 옌볜대 연구진은 일반 돼지에 비해 근육량은 20% 많고 지방은 거의 없는 슈퍼돼지를 개발했다.

우리나라의 GMO 연구·개발은 2011년 2월 이명박 정부가 '농업생명공학육성계획'과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의 일환으로 농진청 GM작물개발사업단을 설치하면서 본격화됐다.

GM작물개발사업단의 중장기(2020)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80건의 GM품종을 개발하고 이 중 20건은 안전성평가를 마치고 5종은 최종 안전성심사를 거쳐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각 나라에서도 다양한 GMO 연구가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개발된 사람 모유와 같은 효능의 우유를 생산하는 GM소, 일반 연어보다 성장 속도가 2배 빠른 미국의 GM연어, 모기 개체군 감소를 위해 영국에서 개발된 GM모기 등 식품, 의약, 산업, 환경 분야에서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 GMO 안전성 논란…"인체에 무해 vs 위해 여부 더 지켜봐야"

전 세계적으로 GMO 생산과 개발이 활발하다. 그만큼 '안전성 논란'을 중심으로 GMO를 바라보는 시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GMO에 대한 시각 차이는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GMO가 생산량 증가와 농가 소득증대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GMO가 해충, 잡초, 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품질저하를 개선해 기아문제를 해결해주며 과거 대비 농산물 수확량 증가와 농약비용, 인건비 절감으로 농가의 소득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식량문제는 생산량의 부족이 아닌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의 식량 독점 때문이며 기존 농산물보다 수확량이 적거나 비슷하다는 통계도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매년 종자 구매에 따른 농가 비용부담이 증가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두 번째는 '영양 강화 목적으로 개발된 GMO는 인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부정하는 전문가들은 GMO의 개발 역사가 짧아 장기간 섭취 시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GMO가 생물의 다양성과 환경 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도 시각 차이가 있다. 찬성 측은 농약과 살충제 감소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환경 정화 능력이 높은 유전자변형미생물·식물을 이용해 환경오염 물질을 분해·제거·흡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GMO의 유전자가 옮겨감에 따라 토종품종 감소, 슈퍼잡초 발생,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고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잡초와 해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더욱 강력한 화학물질 사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반대 입장도 있다.

GMO가 고갈돼 가는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GMO로부터 에탄올, 메탄가스 등 바이오 연료를 추출해 석유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론자는 바이오 연료를 위해 많은 양의 GMO를 소비하면 곡물 가격 상승과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처럼 GMO의 안전성에 대해선 여러 연구와 반박은 늘 충돌해왔다.

2012년 프랑스 캉대학의 셀라리니 교수 연구팀은 2년간 실험용 쥐에게 GM옥수수(해충저항성)를 먹였더니 수명이 단축되고 불임·알레르기·암 발생이 증가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당시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과학자문단의 검토 결과 "해당 논문은 실험 과정과 결과에 부족한 부분이 많고 국제적 연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연구 결과가 과학적이지 않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9년 미국 코넬대 루이지 박사는 GM옥수수 꽃가루를 먹고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제왕나비가 사멸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미국환경보호청은 2001년 GM옥수수가 제왕나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확인한 결과 위해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2006년에는 인도에서 해충 저항성을 가진 GM면화를 먹은 안드라프라데시 지역의 양과 염소가 괴사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국내에서도 보도됐다. 하지만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정부 관계자는 2007년 양과 염소의 죽음이 GM면화 때문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다. 2008년 한국소비자연맹 간부와 기자, 교수로 구성된 조사단은 이 지역을 방문해 확인한 후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2013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GM식품 섭취시 암, 뇌종양, 자폐증, 불임, 백혈병 등의 질병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논문이 나왔다. 2014년 MIT 한 연구원은 GM농산물용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로 인해 아동 자폐증 환자가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아이들 절반 가까이가 자폐증에 걸릴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미국 과학한림원(NAS)는 지난해 5월 발표한 '유전자변형식품: 경험과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식용으로 판매하는 GM식품은 일반 식품과 같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는 노벨상 수상 과학자 100여명이 GMO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GM식품 섭취가 사람이나 동물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없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주장하며 그린피스 등 GMO 반대자들의 캠페인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4월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모든 축산 Non-GMO 곡물로 키우기' 선포식에 참석한 자연드림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 "국민의 알 권리 보장하라"…'GMO 완전표시제' 도입 움직임

GMO 안전성에 대한 찬반 입장은 팽팽하게 나뉜다. 하지만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는 대다수가 찬성한다.

지난달 29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식품 구매경험이 있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GMO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94.3%),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93.1%) GMO 완전표시제가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공감했다.

GM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대부분 나라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GM식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부분, 완전 표시에 차이가 있다.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EU, 중국이 대표적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부분표시를 한다. 미국은 자율표시였으나 지난해 7월 GMO표시법이 승인되면서 2년 이내에 의무표시 국가로 전환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GMO 표시제는 지난 2월 시행된 개정 식품위생법에 따라 GMO 표시 대상이 확대됐다. 과거에는 함량 5순위 이내 주요 원재료만 표시했다면 개정안에서는 모든 GM식품에 표시해야 한다.

다만 '제조·가공 후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한정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었다. 열처리·발효·추출·여과 등 정제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 DNA가 남아있지 않은 식용유·간장·당류(포도당, 과당, 엿류, 당시럽류, 올리고당류), 변성전분·주류(맥주, 위스키, 브랜디, 일반 증류주, 기타주류) 등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소비자단체들은 GM식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콩과 옥수수는 거의 전량 가공되므로 GMO 표시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유해성을 떠나 원재료를 있는 그대로 알 수 있게 'GMO 원재료 사용' 표시를 붙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의도적 혼입치' 범위 문제도 있다. 비의도적 혼입이란 일반 농산물에 우발적·비의도적으로 GM농산물이 혼입되는 경우다. 실제로 주요 GM농산물 재배 국가에서는 일반 농산물 재배·​유통 과정에서 바람, 벌레 등을 통해 GM농산물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현상을 피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가공식품에 GMO가 3% 이내로 포함된 경우 이를 비의도적 혼입치로 인정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단체들은 GMO 함량 3%는 비의도적 혼입으로 인정하기엔 과도하게 높은 수치라고 지적한다. 유럽연합이 정한 비의도적 혼입치는 0.9% 이하다.

비의도적 혼입치 내 농산물에 표시법도 논란이 인다.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표시제도는 지난 2월 개정됐다. NON-GMO 표시를 할 수 없었던 식품들도 비유전자변형식품, 무유전자변형식품, NON-GMO, GMO-free 등 4가지 방법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됐다.

NON-GMO 표시는 비의도적혼입치가 0%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EU의 경우 원재료의 GMO 비의도적혼입치 0%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0.1%를 최소치로 명기하고 최대 0.9%까지 허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도 비의도적 혼입치를 기존 3%에서 0.9% 이내로 하향 조정하고, 비의도적 혼입치 0.1~0.9% 내의 식품엔 Non-GMO 표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GMO 표시제는 GMO 함량이 3%거나 0.1%거나 GMO 혹은 Non-GMO 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GMO 포함 여부를 전혀 알 수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이다.

국회도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현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GMO표시제에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예외 없이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해야 한다'고 표현한 개정안을 상정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GMO 완전표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GMO 표시제도 강화와 비의도적 혼입치를 현행 3%에서 0.9%로 하향 조정하고, 비의도적 혼입치 내의 NON-GMO 표시 허용을 약속해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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