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사고·외고, 공 떠넘기는 정치인들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7.07.03 06:00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폐지를 둘러싼 찬반 양론은 기자를 '황희 정승'으로 만든다. 양측이 각각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보니 '네 말도 옳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찬성 측에서는 '자사고, 외고의 선발 시스템이 공교육을 망가뜨린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전국 여느 일반고 교실에 가봐도 확인할 수 있다. 자사고가 없던 시절에도 일반고 수업시간에 교사가 눈을 마주치고 교감하며 뭔가를 '가르치는 행위'를 할 학생은 한자릿 수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자사고나 외고에서 선점하며 일반고 교사들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

자사고, 외고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자사고는 성적으로 학생을 뽑지 않으며 외고는 영어 내신성적만 잘 받으면 된다고 하지만 이러한 입시 전형과 상관없이 학생들은 중학생부터 학원을 찾는다. 최근 몇 년 간의 입시결과로 '명문고 입학=명문대 합격' 공식이 증명되면서 학생들은 일찌감치 입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반대 측은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므로 함부로 정책을 바꿔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당장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놓고 '폐지' 운운하는 것이 교육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학부모들이 자사고, 외고에 자녀를 진학시킨 이유도 생각해볼만 하다. 애초에 일반고 교육이 훌륭했다면 학부모들이 굳이 자사고, 외고를 찾았겠느냐는 것이다.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학교는 살려야 한다는 중도적 입장도 있다. 한 전국단위 자사고 졸업생은 "학생을 이만큼 생각해주는 학교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학교를 다녔다"며 일괄 폐지 반대 뜻을 밝혔다. 한 사교육업체 대표는 "모 자사고 이사장이 형편이 힘든 학생의 재수를 도와달라며 직접 사무실에 찾아온 적이 있다"며 "이렇게 학생 양성에 진정성 있는 자사고는 살려두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당사자들이 격론을 이어가는데, 정작 논란을 촉발시킨 정치인들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2014년 당선 후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던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교육부로 공을 떠넘겼다. 문재인 캠프에서 해당 공약을 설계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는 "자사고 문제는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학생과 학부모, 시민단체는 누구를 찾아 호소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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