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곳에서 집중이 잘 될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약간의 소음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색소음(white noise)을 찾아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백색소음은 모든 주파수 성분을 포함한 완전한 소리다. 비 내리는 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천둥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나 카페 소음, 철도 지나가는 소리, 라디오에서 나는 잡음 등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해당된다. 음폭이 넓고 무작위 패턴을 보이므로 귀에 쉽게 익숙해져 작업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 뇌파의 알파파를 동조시켜 집중력을 높이는 한편 수면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미국 시카고대 소비자연구저널은 소리 크기가 50~70데시벨(dB)인 백색소음이 완벽한 정적보다 집중력·창의력을 향상시킨다고 발표했다. 한국산업심리학회도 백색소음을 들으면 정적일 때보다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향상되고 스트레스는 27.1% 감소한다고 밝혔다.
◇"소음 속에서 공부한다"…카페·독서실도 백색소음 마케팅
3일 업계에 따르면 백색소음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공부하기 좋게 카페를 꾸미는가 하면 독서실들도 경쟁적으로 백색소음기를 설치하고 있다.
커피 내리는 소리, 의자 빼는 소리, 사람들 말소리 등 적당한 '카페 백색소음'을 찾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알바천국이 이용자 765명을 대상으로 ‘공부나 독서, 노트북 작업을 위해 주로 찾는 공간’을 묻자 응답자 64.9%가 '카페'라고 답했다. 도서관을 선택한 응답자(23.4%)의 세 배에 육박한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직장인 이지수씨는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 다른 사람들 행동이 신경쓰이고 집중도 덜 되는데 카페는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빈은 지난해부터 와이파이와 콘센트를 구비하고 넓은 테이블을 설치했다. 1인 카공족이 방문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공부하기 좋게 인테리어를 바꾼 할리스커피는 지난해 매출이 1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4%늘었고 영업이익은 127억원으로 85.7% 증가했다.
◇언제나 듣고파… 백색소음기 판매량 2.5배↑
전자상거래 사이트 옥션에서 올해 3월 한달간 백색소음기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2.5배 늘었다. 가격이 4만~20만원 중반에 이르지만 백색소음기를 집에 구비해두려는 이들이 늘면서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료로 판매되는 노이즐리(2600원) 같은 백색소음 앱은 5만번 넘게 다운로드 됐다.
취준생 이모씨(26)는 "백색소음앱에서 자연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는데, 기분도 좋고 잠도 잘온다”며 "이젠 백색소음 앱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소리공학자 배명진 숭실대 교수는 "백색소음은 빛으로 따지면 완전히 자연적인 태양광(백색광)처럼 자연적인 소리로, 완전하다"며 "사람 청세포가 모두 자극받기 때문에 듣다보면 시원함을 느끼고 스트레스까지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또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좋게 느껴야 좋은 것이므로, 소음처럼 느껴진다면 억지로 듣지는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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