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베테랑'이 필요한 중기부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7.07.03 08:26
“중소기업청이 숙원이던 부(部) 승격을 이뤘으면 그것으로 감사해야지 뭘 더 바라는 거죠?”

한 고위공무원의 발언으로 중소기업인들의 마음이 뒤숭숭하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할 일을 다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중소기업 통합업무’를 기대하는 중소기업계의 희망사항과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이었다. 중기청의 부 승격 결정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 일부가 넘어오지만 중소기업계는 핵심 업무가 빠졌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수출·신용보증업무 등이 이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늬만 승격’의 또 다른 신호도 있다. 중기부의 살림과 정책을 담당하는 차관이나 실장이 모두 외부에서 온다는 소문이다. 하마평에 기획재정부, 산업부, 미래부 고위공무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중기부가 전통적으로 힘 있는 정부조직의 ‘인사 파티장’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반면 일선 공무원들과 중소기업계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업무를 지휘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는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유력한 초대 장관은 그렇다 쳐도 차관, 실장까지 외부에서 오면 중소기업 지원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면 업무 파악하느라 반년 이상 낭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부 변수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기부 승격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묶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기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실제 일자리 주요 공약인 ‘청년고용 2+1’ 정책은 고용노동부와 업무조율로 진척이 없고 미래부·산업부와 논의 중인 중소·벤처기업 기술개발·수출업무 분장은 정부조직 개편 뒤로 미뤄진 상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중기청 직원들은 “일을 하고는 있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라고 토로한다. 새 정부 초반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제대로 일해보자”고 의욕을 드러낸 중기청 공무원의 사기가 꺾일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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