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인가, 실재인가…‘의식’에 대한 과학적 논쟁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07.01 06:00

[따끈따끈 새책] ‘파이’…뇌로부터 영혼까지의 여행

잠에 빠지는데 꿈을 꾸지 않는다면 당신의 ‘의식’은 사라진다. 숨은 쉬지만, 저마다 가진 세상은 없어지는 것이다. 의식은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객관적 대상의 영역일까.

정신과 의사인 저자 줄리오 토노니는 자신을 대신할 화자로 16세기 과학자 갈릴레오를 이 책의 주인공으로 소환한다. 갈릴레오는 수많은 현대 과학자들과 묻고, 토론하며 ‘의식적’인 대화를 나눈다. 책은 뇌 속에 감춰진 의식과 영혼의 신비를 좇기 위해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인문학적 시각으로 담아냈다.

갈릴레오가 든 첫 의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 사람의 뇌는 그저 미미한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뼈로 만들어진 컵 속에 들어가는 흔들리는 젤리, 한 잔의 와인 정도로 흠뻑 적셔지는 조잡한 스펀지, 한번 움켜쥐면 으스러뜨리기 충분한 뇌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고 인간이 꿈꾸는 모든 것을 창조해 낼 수 있을까.

물질에 불과한 뇌가 마음을 탄생시키는 데는 그 안에 성스러운 장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갈릴레오는 생각했다. 이에 반기를 들 듯, 생리학자 산토리우스는 임종 전과 후의 인체 몸무게가 줄지 않았다는 정량적 결과를 통해 “영혼이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과학계에서 울리는 합창소리는 이와 달랐다. “영혼은 신의 무게임이 틀림없어서 무게가 전혀 없다지요.”

저자는 이들의 대화에 에밀리 디킨슨의 ‘뇌’,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낮잠’에서 참조한 인용구를 넣어 새롭게 각색했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의식과 영혼은 존재하는 것인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프릭(프랜시스 크릭)이 이번에 이렇게 말한다. “갈릴레오씨, 영혼이란 없어요. 수태될 그때 미완의 육신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죽을 때 시신에서 빠져나가는 것 역시 없고요.”

그렇다면 온 세상, 나 자신, 모든 삶이 한낱 꿈속의 형상이나 생각일 뿐일까. 어쨌든 꿈을 꾼다는 그 자체는 진실이다. 꿈을 꾸든, 깨어있든 ‘나의 의식’은 실재하는 것이고, 의식이 환상에 불과하다면 오직 환상만이 진실인 것이다.

의식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나름의 과학적 설득력은 뇌가 지닌 정보의 분석력이다. 어떤 뉴런 집단은 시각을 담당하고, 또 어떤 뉴런은 사고를 책임진다. 각각의 뉴런이 자신이 맡은 영역 외에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작은 개념만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의식이 출현하기 전이다.

의식이 나타나기 위해선 이들 메커니즘을 통한 작업이 합쳐져야 한다. ‘정보가 통합되는 곳에 의식이 깃든다’는 명제로 시작한 통합정보이론은 의식의 비밀을 푸는 열쇠 중 하나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파이’는 통합 정보로서의 측량 값인 셈이다. 의식이 실재하는 무엇이라면 단위가 달라져도 그 값이 달라질 수 없다. 뇌의 변화무쌍한 의식은 물체의 질량만큼 물리적이라는 뜻이다.

앨튜리가 “잠재된 것은 실제화되는 법”이라며 추가로 설명한다. 백지를 마주했을 때 쓸 수 있는 모든 것, 건반을 두드릴 때 연주할 수 있는 온갖 음 등은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 낸 실제를 위한 잠재적 요소다. 둘은 경험되고 연결되면서 통합 정보를 구성한다.

통합 정보는 부분들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합보다 시스템 전체가 만들어내는 정보가 클 때 정보는 통합된 것이라고 정의된다.

죽음에 이르러, 의식 또는 영혼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면 세 가지 꿈 이야기를 통해 극복될지 모른다. 위대한 작곡가가 숭고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 마지막 작품에 힘을 쏟을 때, 병을 얻었다. 마네킹이 다가와 제안한다. ‘살려줄 테니 완성된 곡을 자기한테 넘기라’고. 작업은 완성되지만, 마네킹은 작곡가 외에 아무도 들을 수 없도록 했다. 의식이라는 우주는 타인과 공유될 때 생명력을 얻는 것이다.

사색가인 제노가 어느 날 기억해야 할 내용을 망각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때, 마네킹은 다시 찾아왔다. 기억 하나 잃어버린 문제로 자신이 ‘제노’가 아닐 수 있다는 제노의 말에, 마네킹은 이렇게 묻는다. “어릴 때 제노의 기억과 지금의 그것이 다르니, 어린 제노는 제노가 아닌가? 그걸 벗어나면 당신이 여자이든, 동물이든 무슨 상관이겠소. 당신의 다른 모습이 누군가의 모습으로 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당신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겁니다.” 의식은 연결되는 것이다.

멋있는 ‘나의 의식’이 복제된다면 죽지 않겠지만, 더 이상 귀중하거나 독특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의 복제 인간도 마찬가지. 사랑은 영원하겠지만, 내 의식 속에 함께하는 똑같은 ‘그녀’들은 더 이상 값지지 않다. 모든 의식은 연결된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특별하고 존귀해야 한다.

저자는 “의식은 우리가 가진 전부이며 우리 존재의 모든 것”이라며 “경험들 하나하나가 모인 통합 정보로 이뤄진 의식이야말로 실재하는 유일한 형상”이라고 강조했다.

◇파이=줄리오 토노니 지음. 려원기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532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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