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야만 태운다"…장애인 승객 팔로 계단 오르게 한 日항공사

머니투데이 모락팀 이재은 기자 | 2017.06.29 14:07
/사진=바닐라에어 홈페이지
일본의 저가 항공사 바닐라에어가 지난 5일 하반신 마비 장애인 승객의 탑승 도움 요청을 거부해 결국 승객이 스스로 계단을 기어올라 탑승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8일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ANA홀딩스가 소유한 저가 항공사 바닐라에어는 이날 키지마 히데토(44)씨에게 전화해 지난 5일 일어난 일에 대해 뒤늦게 사과하는 한편 해당 공항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설비를 도입했다.

히데토씨는 지난 5일 일본 남부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아마미(奄美) 공항에서 오사카행 바닐라항공 비행기를 이용하려다가 일을 겪었다. 그는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항공사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바닐라에어 측 관계자는 히데토씨와 휠체어를 들고 이동하는 자들의 안전을 이유로 탑승을 불허했다.

히데토씨는 결국 휠체어에서 내려 17단에 이르는 계단을 팔로 디뎌가며 기어 올라갔다. 보통 승객을 활주로에서 여객기 출입구로 옮길 때는 승강기나 탑승브리지를 이용하지만, 바닐라에어의 소형 비행기에는 이런 시설이 없다.
/사진= 아사히 신문
앞서 히데토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지난 3일 간사이에서 아마미 공항으로 향할 때도 겨우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간사이 공항 체크인 카운터 직원은 히데토씨에게 “걸을 수 있겠는가?”라고 물으며 비행기 탑승 계단 사진을 보여줬고, 히데토씨가 “걸을 수 없다”고 대답하자 직원은 “그럼 탑승 불가하다”고 말했다. 히데토씨는 당시 “동행자의 도움을 받아 탑승하겠다고 설득해 겨우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히데토씨는 "걸을 수 없는 것을 이유로 탑승 거부를 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위반한다"며 가고시마현, 국토교통성 및 등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히데토씨는 고등학생 때 럭비를 연습하다 척추가 부러져 하반신 마비가 됐으며 현재는 일본 국내외 장애인 사례를 소개하는 '장애인 연구소’의 대표를 맡고 있다. 히데토씨는 블로그에 글을 올려 "나는 158개국 200여 공항에 갔고, 장애인 시설이 없는 곳에서도 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걸을 수 없는 사람은 탈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놀라울 정도의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해당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가는 한편 비행기 계단 승강기 설치 등과 관련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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