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은 '억울하다' 울먹…김소영은 '잘못했다' 울먹

뉴스1 제공  | 2017.06.28 19:40

블랙리스트 재판서 혐의 부인·인정 엇갈려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김일창 기자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 News1 이재명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과 김소영 전 교육문화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51)이 같은 법정에서 울먹였다. 하지만 서로가 울음을 터트린 이유는 크게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28일 김 전 실장과 김 전 비서관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좌파가 문화계 권력을 잡고 있다'고 본 김 전 실장이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수석비서관들에게 '민간단체보조금 TF'를 운영하게 했다고 본다.

이후 해당 TF는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전력이 있거나 정권반대 운동에 참여한 문화예술인 80명을 선별했다. 이 명단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 전 비서관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됐고, 결국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들은 정부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민간단체보조금 TF' 운영 관련 문건을 묻는 특검 측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재판을 받으면서 저 문건이 계속 나와 유심히 봤지만 청와대에서 저런 문건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TF에서 정권반대 참여 단체 등을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나오지만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한 일이 없다"며 "누가 TF의 총괄책임자인지 모르고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

이후 김 전 실장은 자신의 건강 문제와 관련해 "스텐트라는 금속그물망이 제 심장에 8개 꽂혀 있어 상당히 위중하다"며 "매일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한다, 옥사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죽었으면 하는 소망"이라며 울먹였다.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News1 황기선 기자

반면 김 전 비서관은 이날 특검 측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한 행위는 (지원 배제 등) 차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걸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인정한다"고 답했다.


김 전 비서관은 당시 업무에 대해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을 수석비서관을 통해 전달받아 문체부로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며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나 메일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김 전 실장이 자신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는 의미로, 자신이 아는 일을 김 전 실장이 모른다고 주장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영화 '데스노트'를 블랙리스트에 빗댄 발언도 나왔다. 김 전 비서관은 "주인공인 키라(killer)가 노트(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적으면 죽게 되는 세상에서 국민 누구도 그 노트에 이름이 오르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특검 측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심판자인 정무수석실에 지원 배제 후보자의 명단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부끄럽고 후회스럽다"고 울먹였다.

이어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했기에 깊이 반성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첫날부터 자백했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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