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투자 카드만 5조…대미외교 윤활유로 나선 재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남형도 기자, 김남이 기자 | 2017.06.27 05:02

미국 현지 생산공장 신설·셰일가스 수입 확대 등 계획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일정에 동행할 기업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을 풀기 위한 경제외교에 나선다.

미국 현지 투자와 미국산 원자재 수입 등 올초부터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투자 계획을 종합하면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내놓을 카드만 5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9~3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3억달러(약 3400억원)를 들여 미국에 생활가전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장부지로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협상해온 5개주 가운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시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지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의 뉴베리 공장을 인수해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오븐레인지와 세탁기 등 일부 생산라인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현지 투자를 늘리는 대신 미국 가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생산라인 하나에도 조 단위 비용이 투입되는 반도체 공장에 비해 가전공장은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작다는 점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현지 발표와 투자 체결식은 대통령 순방 경제인단에 포함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별도로 미국을 방문하는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CE) 부문 사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담당 임원들은 현지 사전작업을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세탁기 공장 건설 본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지난 2월 테네시주와 공장 설립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공장이 2019년 2분기 완공되면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하게 된다. LG전자는 미국 뉴저지주 잉글우드 클리프에도 3억달러를 투자해 북미 신사옥을 짓고 있다.

대통령 해외순방 무대에 처음으로 동행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내놓을 구체적인 투자 계획도 관심을 끈다. 특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타깃이 자동차 산업이라는 점에서 정 부회장이 통상압박을 누그러뜨릴 만한 제스처를 보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인 올초 현대차그룹은 2021년까지 5년 동안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5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올 들어 부진한 미국 현지 판매실적 등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주 초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다.

△최저지상고 규제 △부품인증제도 확대 △차량인도전 수리내역 공개 △전파인증 등 미국 수입차업계가 요구하는 국내 자동차 규제 완화 조치를 문재인 정부가 수용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SK그룹의 카드는 SK E&S의 셰일가스 수입 확대와 관련 협력 강화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스 등 에너지 부문은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많은 분야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달래기의 일환으로 셰일가스 수입 확대 카드를 제시한 상황이다.

SK E&S는 올 1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에서 셰일가스 6만6000톤을 수입한 데 이어 2019년부터 미국 프리포트 LNG 터미널을 통해 20년 동안 총 220만톤의 셰일가스를 들여올 계획이다. GE(제너럴일렉트릭)와 LNG 발전소와 플랜트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방미 경제인단은 오는 28일 미국 워싱턴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양국 상의 주최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할 예정이다. 4대 그룹 외에 허창수 GS 회장,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 등이 방미 경제인단 52명 명단에 포함됐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철강·가전·반도체 등 수출업종 전반에 대해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을 둘러싼 대북·대중 정책을 두고 한미 정부간 갈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계가 양국 공조 강화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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