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성폭행 혐의 미군, 처벌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송민경(변호사) 기자 | 2017.06.27 04:01

[the L] SOFA, 미군 소속 가해자에 유리한 규정···1심 무죄 땐 항소 불가능


미군 소속 병사가 지난 4월 한국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 병사가 한국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성폭력처벌법상 준강간 혐의로 주한 미군(공군) 소속 병사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1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클럽에서 만취 상태인 한국 여성 B씨를 인근 호텔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 A씨는 사건 발생 뒤 한 달이 훨씬 지난 5월 중순에야 첫번째 경찰 조사를 받았다. SOFA에 따라 한국 수사기관과 주한미군 사이에 협의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66년 체결된 SOFA는 주둔 비용, 출입국 관리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미군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해자인 미군 측에 유리한 내용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군 범죄에 대해 충분한 조사와 공정한 재판이 어렵다는 지적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표적 사건이 지난 2002년 여중생 신효순·심미선 양이 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장갑차 사건이다. 지난 13일이 두 여중생의 15주기였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됐던 미군 소속 운전병과 통신병은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기로 했지만 결국 조사에 불응했다. 이후 뒤늦게 검찰에 출두했지만 미군 범죄수사대에서 진술했다며 사고 조사에 충실히 임하지 않았다.


미군은 ‘공무집행 중 범죄에 대해서는 미군이 재판권을 갖는다’는 SOFA의 조항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갖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넘겨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그들은 미군 재판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권 조항 외에도 SOFA 협정 형사재판권 내용을 보면 가해자인 미군 측에 유리한 조항이 적지 않다. 공무집행 중 범죄 외에도 미군이 1차 재판권이 한국에 있는 중대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미군 측이 한국 법무부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면 ‘한국은 호의적으로 고려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미국 측은 정부 대표를 예비수사, 조사, 재판 전의 심리, 재판 자체 및 재판 후의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정부 대표가 참여하지 않았을 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한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서 채택되지 않게 돼 있다. 게다가 어렵게 수사를 해 가해자가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1심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검찰 측은 항소를 할 수 없다. 1심 형량이 검찰의 구형보다 가벼워 항소를 하려고 해도 가해자가 불응하면 불가능하다. 결국 1심 재판 결과가 미군 병사가 한국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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