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低인플레' 딜레마…BIS "금리인상 너무 늦추면 안 돼"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7.06.26 11:14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리인상 발목…BIS "구조적 저인플레 용인해야"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경기회복세만 보면 통화정책의 고삐를 당겨야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아서다.

중앙은행들이 공유하는 정책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대개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삼는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못 미치면 통화완화정책으로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과도하게 높으면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게 보통이다.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맞서 일제히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심지어 일부는 0% 아래로 낮췄다.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도 시행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쓴 고육책이었다.

문제는 중앙은행들의 노력으로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를 훌쩍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고용시장에서 두드러진 경기회복세를 근거로 이미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저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금리인상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최근 부쩍 강경한 통화긴축 신호를 보냈지만 저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일본은행(BOJ)은 말할 것도 없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에 빠졌던 일본 경제는 모처럼 확장세를 뽐내고 있지만 BOJ가 2013년에 내건 '2년 안에 물가상승률 2% 달성'이라는 목표는 조만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그렇다고 금리인상을 마냥 늦추다 적기를 놓치면 세계 경제에 해가 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단위: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BIS는 이날 낸 연례보고서에서 "금리를 장기간 너무 낮게 유지하면 금융안정성과 거시경제의 리스크(위험)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경제주체들이 계속 부채를 늘리고 금융시장은 과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앙은행이 제때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재발했을 때 손을 쓰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금리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려놔야 경기침체가 다시 발생했을 때 금리인하 카드로 경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의 금리는 여전히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고 FRB가 금융위기 이후 지난달까지 4차례 인상을 단행한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1.00~1.25%로 1971년 이후 평균치(5.79%)를 한참 밑돈다.

BIS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저금리 유동성에 익숙해진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리인상 시기를 너무 늦추다 보면 경기침체의 재발을 우려해 불가피하게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야 할 수도 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 부문 책임자는 중앙은행들이 어쩌면 장기간 목표치를 밑도는 저인플레이션을 용인하며 강력한 수요에 기대 통화긴축에 나서야 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도 그럴 게 전문가들은 장기 인플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 임금인데 더는 경기가 호황이라고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보리오는 세계화와 기술의 진보가 임금을 억누르는 구조적 요인이 한동안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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